연비가 리콜 대상이 되는가를 두고 집단소송인단과 국토부가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갈등을 빚고 있다. 관련 법 조항 해석을 두고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향후 소송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싼타페 및 코란도 스포츠 구매자로 구성된 연비 집단소송인단은 21일 서울 서초대로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에 연비 부적합 차종에 대한 리콜 명령을 요구했다.
소송인단은 “연료소비율(연비)은 자동차관리법 제29조 3항 및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114조의 4에 따라 ‘자동차 안전기준’에 해당한다”며 연비부적합이 법적 리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연비가 안전과 큰 관련이 없어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지금까지 국토부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소송인단은 특히 자동차 제작사가 정해진 기간(결함을 안 날로부터 15일) 안에 ‘시정조치 면제’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토부가 의무적으로 리콜을 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비 부적합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와 쌍용차는 국토부에 시정조치 면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예율의 김웅 대표변호사는 “국토부가 제조사의 리콜 의무를 면제해 준다면 이는 피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연비 부적합 차량을 리콜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 단서조항에 따라 연료소비율은 ‘경미한 결함’에 해당한다”면서 “리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연비부적합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애초 책정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별다른 강제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제조사 역시 연비는 리콜 대상이 아니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비에 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상 경미한 결함으로 리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율은 8월 초 최소 3000명 이상의 소송인단을 모아 추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1차 소송인단 1785명을 더하면 총 소송인원은 5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