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상거래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계 소비자들은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 어디든 간다. 거대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세계를 잇는 물류망이 상거래의 국가 간 간격을 좁혔다.
우리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해외 직접 구매’(직구) 시장이 지난해 10억달러를 넘어서며 폭풍 성장하는 가운데, 해외 소비자가 전자상거래로 우리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도 꿈틀대고 있다.
한류 열풍과 높아진 경제 위상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높이면서 역직구도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소상공인도 해외 판로를 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련 업계와 정부도 역직구 활성화에 팔 걷고 나섰다.
◇역직구 빠른 성장세 주목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수출은 2400만달러였다. 7억900만달러에 이르는 직구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성장률은 125%로 직구를 압도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전자상거래 수출 지원 프로그램 CBT를 통한 거래는 작년 2100억원으로 2010년보다 4배 성장했다. 올해 6000억원, 2016년 1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국내 온라인 소호몰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주요 쇼핑 플랫폼의 실적을 봐도 역직구 성장세는 쉽게 알 수 있다. 심플렉스인터넷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 구축 솔루션 카페24를 이용한 쇼핑몰 해외 거래액이 작년 30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해외 쇼핑몰 신규 창업자도 5월 기준 9678명으로 이미 작년 전체 창업자 수를 넘어섰다.
코리아센터닷컴이 운영하는 역직구 전용 오픈마켓 OKDGG는 상반기 누적 방문자 33만명, 주문 건수 1만2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배, 4배 늘었다. 한국 상품의 해외 유통을 위한 영문 11번가도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보다 70% 늘었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상무는 “국경간 온라인 거래는 세계적 현상으로 연간 거래액만 100조원이 넘는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과 판매자 판로를 모두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회의 땅, 역직구
역직구의 힘은 크게 한류와 거대한 통합 세계 시장 두 가지에서 나온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을 기반으로 역직구가 확산되는 추세다.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도 있다.
한류 열풍이 강한 곳에선 역시 패션·화장품 등 한류 상품 인기가 높다. OKDGG 주문의 58.8%는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에서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이 뒤를 잇는다. 영문 11번가의 인기 상품군도 의류(45%)나 잡화·뷰티(34%), 식품·유아동(10%) 등 한류 영향권 상품이 주로 포진했다.
아마존 역시 한국의 패션 의류 판매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베이를 통한 해외 판매 인기 상품은 화장품이 1위지만 휴대폰 액세서리나 컴퓨터·자동차 부품도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차별화된 상품이 있다면 세계의 틈새 시장을 겨냥해 충분히 승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 공식인증 판매 대행사 지오택은 300만불 수출탑을 받았을 정도다.
판매도 다양한 국가에서 이뤄진다. G마켓 해외 판매 지원 플랫폼(GEP)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국가는 페루(650%), 인도네시아(129%), 폴란드(89%) 등이다.
◇정부와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도 지원 앞다퉈
정부는 수출 활성화와 창업 확대를 통한 창조경제 구현을 기대한다. 성장이 정체된 오픈마켓도 해외 직접 판매로 성장 돌파구를 찾는다.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도 국내 판매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는 등 외국인의 국내 쇼핑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철폐에 나섰다. 페이팔 등 해외 결제 수단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해외 직판 쇼핑몰 K몰도 최근 열었다.
이베이의 CBT와 GEP를 통한 해외 거래는 작년보다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코리아센터닷컴은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3개 언어로 쇼핑몰을 열 수 있는 ‘메이크글로비’를, 심플렉스인터넷은 아마존·알리바바와 손잡고 글로벌 쇼핑 플랫폼 입점을 지원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