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리보핵산(RNA)을 직접 분해, 감염을 억제하는 RNA분해효소를 밝혀냈다. 에이즈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백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SAMHD1’이 RNA분해효소 활성을 갖고, HIV-1 유전체 RNA를 분해해 감염을 억제하는 것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SAMHD1은 염기서열에 관계없이 HIV-1 RNA만을 특이적으로 인식해 분해했다.
SAMHD1은 626개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로,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아카디-구띠에르 증후군,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세한 생물학적 기능은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에는 SAMHD1이 HIV-1 감염억제 기능이 있는 것은 알려졌으나 정확한 작용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세포내 염기 농도가 SAMHD1의 RNA분해효소 활성화 여부를 조절해 감염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염기농도가 낮아지면 SAMHD1의 RNA분해효소 활성이 높아지면서 HIV RSAMHD1NA를 직접 분해해 감염이 억제됐다. 반대로 염기농도가 높아지면 SAMHD1이 비활성화되는 것을 밝혔다.
현재 시판중인 많은 항-HIV 약품들은 염기농도를 조절하거나 역전사효소를 무력화시키도록 제조된 것인데,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관련 연구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광석 교수는 “HIV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그간 효과적인 백신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SAMHD1은 돌연변이에 상관없이 RNA를 분해할 수 있어 연구결과가 새로운 개념의 백신 개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2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