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부터 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되면서 통신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법 개정안 시행일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산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DB)를 재구축 하는데 최장 6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내달 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마이핀(My-pin)’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마이핀은 개인정보가 담기지 않은 13자리 무작위 번호로 이뤄진 본인 인증 수단이다.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아이핀(I-pin)과 달리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신·방송 업계는 안행부가 도입하는 마이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으로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해 법 시행까지 별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업자가 주민번호를 마이핀으로 대체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과 DB를 개편하는데 적어도 3~6개월이 필요하다”며 “지난 2005년 도입된 아이핀도 발급 경험자가 적은 상황에서 마이핀이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보편화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법 시행일 이후 각 사업자가 마이핀 적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점까지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문금주 안행부 개인정보보호과장은 “방송·통신사업자는 이미 지난 2012년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라인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며 “정부가 사업자에게 반드시 마이핀을 사용하라고 강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주민번호 대체 수단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사업업계 일각에서는 요금 자동이체, 연체자 채권추심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동이체 등 금융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채권추심이 중단돼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 회의에서 “주민번호 수집금지 조치에 예외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고시로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안행부는 국민 편익을 위해 원칙을 고수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안행부는 “채권추심 업무는 모든 사업자가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로, 특별히 방송·통신업계에 한해 주민번호 수집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향후 미납요금 발생 우려와 채권추심 진행 시 편하다는 이유로 서비스 가입 당시부터 미리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최소 수집 및 목적 범위 내 이용 원칙에 저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이 목전이지만 미래부·방통위·안행부 3개 부처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아무것도 준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안 시행 이후 혼란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