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Shale gas)의 유럽 내 첫 생산이 올해 폴란드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등도 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닛케이신문은 폴란드가 올해 안에 글로벌 자원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라고 14일 보도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스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셰일가스 생산을 추진 중이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로, 미국을 포함한 중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차세대 에너지 독립의 필수불가결한 자원으로 꼽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 국가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4.1조입방미터(tcm)의 셰일가스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국 내 가스 소비의 60%가량을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셰일가스를 활용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60개 이상 유정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마치에이 그라보스키 폴란드 환경부 장관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고 올해 안으로 첫 생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셰일가스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에너지기업 쿠아드릴라는 지난달 말 영국 서부 랭커셔주에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환경평가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3~4개월 이내 결론이 날 예정으로 이르면 내년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셰일가스 개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토탈도 다른 유럽 국가인 영국과 덴마크의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인수하고 개발에 나섰다. 이 밖에 미국 쉐브론도 폴란드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에서의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 의존도 탈피 하려는 유럽
유럽은 천연가스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셰일가스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러시아발 자원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 자체 조달력을 높이려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 송출을 끊겠다며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은 유럽의 경각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러시아 가스프롬은 중국과 천연가스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 중 러시아 가스의 비중은 현재 4%에서 향후 20~3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셰일가스 개발의 걸림돌은?
유럽 셰일가스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압파쇄공법이다.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사용되는 수압파쇄공법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프랑스와 독일 등이 금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이프를 이용해 지하 수 km까지 파고 내려간 뒤 화학물질을 첨가한 물을 강하게 뿌려 암반을 분쇄하고, 이 암반에 갇혀 있던 가스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국민들의 반대로 지난 2012년 말 해당 공법 사용을 잠정 중단했지만 1년 만인 지난해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독일 역시 2022년까지 자국 내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계획 수립 이후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필요성이 커지며 셰일가스 개발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