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영리 시험인증기관이 이른바 ‘관급 사업’의 우산을 벗어나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기존 국내 시험인증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외형을 키우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13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등 국내 대표적인 비영리 시험인증 기관들이 해외 진출 또는 해외 기관과 협약 등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정부 산하 또는 유관 기관으로 그간 안정적인 보호막 아래에서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연 매출 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거나 진입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해외 사업은 미미하다.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를 밑도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에 안방 수요마저 잠식당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올 초 마련한 ‘시험인증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해외 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KTL은 지난주 미국품질협회(ASQ)와 품질경영 및 신뢰성 분야 자격제도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L은 이를 포함해 최근까지 세계 51개국, 117개 시험인증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KTR도 최근 해외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KTR는 24개국, 92개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독일과 중국 등지에 현지 사무소를 마련했다. 앞으로 중남미와 중국에 관련 인프라를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최형기 KTR 원장은 “아직은 해외 사업 비중이 낮지만 협력망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TC는 연내 멕시코·체코·말레이시아 기관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KTC는 17개국, 31개 기관과 손을 잡았다.
해외 현지 인프라도 확충한다. 중국과 베트남에 시험소와 사무소를 운영 중인 KTC는 내년 미국에서도 시험소를 가동할 예정이다.
양승인 KTC 인증산업본부장은 “내년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비중을 두 자릿수대로 끌어올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각 아래 꾸준히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길게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도 이에 맞춰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