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면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우리가 앞서서 해야 할 순간입니다.”
이승훈 녹색성장위원장은 국가 에너지 환경 정책에 대해 프런티어 정신을 강조한다.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 등 최근 논란에 그동안 남들 하면 따라하던 습관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위원장의 이런 주장은 배출권 관련 이슈에 대한 최근 산업계의 반대 의견이 배경이다. 그는 산업계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이 가야할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오히려 산업계가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하면서 중간 중간 수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안 될 것이라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은 세계경제에서 대한민국이 지닌 지위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후변화 대응 반대 논리 중 대표 주장이 ‘다른 곳도 안하는 것을 왜 우리가 하냐’입니다. 하지만 나보다 젊은 사람이라면 남들이 안하더라도 해보자는 추진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당위성에 대한 이 위원장의 접근은 조금 남다르다. 그는 후세를 위한 자연보존의 의무에 앞서 국가분쟁, 무역 보복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람과 해류가 바뀌면서 난폭한 기후 변화가 시작되고 기온 상승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에 변화가 생기면 대규모 인구이동에 따른 국가적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미래 무역제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원장은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 등은 산업계가 약한 매를 미리 맞는 것”이라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에는 매를 강하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가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녹색성장 환경 조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미 세계에서 상당히 많은 녹색기술 개발과 프로젝트들이 정부 보조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독일과 영국의 녹색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기요금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에너지가격을 조금씩 인상해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조성해야 배출권거래제 등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 화석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당부했다. 신재생에너지로 국가 전력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주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 해도 비상시 전원으로서 석탄과 LNG발전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녹색성장위원회에 대해서는 조직의 역할 확대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ESS 등 녹색기술의 성장을 저해하는 구시대적 제도를 ‘갈색제도’도 규정하고 개선해 녹색기술을 활성화하는 데 업무 중점을 둘 것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계속 가야할 방향”이라며 “녹색성장위원회 조직을 보다 단단히 해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 등 에너지 환경 관련 논란 들을 조율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