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중 비즈니스 협력 한 단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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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3∼4일 1박 2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초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후 첫 방한으로,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이다. 제3국 방문과 연계하지 않고 우리나라만 단독으로 방문하는 이례적인 경우다.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하면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관례도 깼다.

한중 정상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과 과거사 부정 움직임, 동북아 현안과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진핑은 세월호 사고에 추모 뜻을 밝히고 중국 주석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대학(서울대)을 찾아 연설도 할 예정이다.

특히 양국 경제계는 시진핑 주석 방한이 양국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국은 지난 1992년 첫 수교를 맺은 이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며 동반자 관계로 거듭났다.

지난해 한·중 교역은 230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교를 맺을 당시만 해도 6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년이 지나면서 교역 규모가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2002년까지는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었지만 그 뒤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 됐다. 한국의 전체 수출품 가운데 4분의 1이 중국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이 일본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했지만 2007년부터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입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전체 교역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4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중국 수출은 미국과 홍콩, 일본에 이어 한국이 주요 수출시장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상품은 한국산이 가장 많았고 미국과 일본, 타이완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양국이 밀접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한으로 경제협력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의 방한에 중국 기업인이 대거 수행하면서 풍성한 경제협력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번 방한 중국 기업인 사절단에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리옌홍 바이두 회장, 톈궈리 중국은행 회장, 쓰셴민 중국남방항공 회장, 류자차이 충칭강철 회장, 한팡밍 TCL그룹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청와대 만찬과 한중 비즈니스포럼 등에 참석해 경제협력 확대를 모색한다.

3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예정된 국빈만찬에는 20여명의 한·중기업인이 참석한다. 한국 측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회장 10여명이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을 접견한다. 4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한국과 중국 기업인 450여명이 참석해 시 주석의 기조연설을 듣고 양국 기업간 협력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3일 열리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가장 큰 경제 현안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하는 문제를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0일 ‘중·한 우호는 기업과 민생에 이익을 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국 간 경제·무역 분야의 빠른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 간 교류, 국민 간 친분, 기업 간 화합이라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양국 간 활발히 진행되는 경제 협력을 부각시켰다. 신화통신도 이날 ‘시 주석의 방한이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당긴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중국에서 11차 협상을 벌여 공정거래를 비롯한 경쟁 관련 법규의 일반 원칙에 합의하고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한중 FTA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위안화 직거래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으로 가는 수출품의 가격을 더 높게 받기 위해서는 달러화보다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야 한다. SC은행에 따르면 중국 수입업체는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쓰면 3~5%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과 인민은행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허브 이슈도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 6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영국을 방문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설립과 관련된 상호협정을 체결했다. 이번에는 서울을 동북아시아의 위안화 허브로 만들기 위한 협약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등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지역 경제문제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AIIB는 중국이 창설을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지원 체계로 미국이 탐탁지 않게 보는 가운데 한국은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공동 번영과 협력 시대를 여는 방안으로 시 주석이 주창하는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도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 맞서 배후 기지를 구축한다는 안보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와 중국진출 한국기업 보호 문제 등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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