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넘는 중국 `짝퉁`, 지켜만 볼 건가

“모방 제품을 막으려면 ‘달래기’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국내 중견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중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을 맡겼다가 자사 제품을 그대로 모방 당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제품이 판매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잘못은 중국 업체가 했지만 국내 기업은 그저 그들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어르고 달래 모방한 제품을 유통하지 못하게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중국 전자 회사들의 국내 기업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CES 같은 국제적 행사에서 국내 대기업의 제품을 모방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어컨과 TV 등은 중국 TCL, 하이얼 등이 내놓은 제품과는 디자인만으로 구분이 안 되기까지 한다. 위기를 느낀 대기업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허, 디자인 등록을 더 강화하고 모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 인기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국내 중견기업 제품을 베끼는 것은 물론 그 짝퉁제품에 국내 기업 브랜드를 부착해 중국에 유통까지 하고 있다. 국내 한 중견기업의 원액기가 중국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자 짝퉁이 속출했다. 원액기 디자인과 색상을 그대로 복제한 짝퉁제품에 브랜드까지 똑같이 붙여 마치 국내 기업이 수출한 제품인 것처럼 팔고 있는 실상이다. 이 기업은 중국 내 특허권을 갖고 있지만 소송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장기적으로 들어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세계적 명품으로 유명한 ‘샤넬’과 ‘구찌’ 등이 겪는 모방의 아픔을 국내 기업이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국내 기업도 브랜드력과 제품 기술력을 키워 짝퉁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버젓이 진품과 가품이 같은 매장에서 섞여 팔리는 것을 중국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가 기업의 고민으로만 치부하고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이집트 정부의 항의에 짝퉁 ‘스핑크스’를 결국 철거한 사실을 상기하란 얘기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