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은 서로 도와 함께 삶을 의미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악어새는 먹이를 얻고 악어는 입 안의 찌꺼기를 제거한다. 하지만 공생에는 상리(相利)공생만 있는 게 아니다. 한쪽만 이득을 보는 편리(片利)공생과 상대에 해를 입히는 기생(寄生)도 공생의 한 종류다.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는 어디에 속할까. 물론 상리공생이 이상적이다. 정부가 좋은 정책을 펼치면 기업은 마음 놓고 사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정부도 정책 추진에 힘이 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만난 중앙부처 공무원의 얘기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 주력산업 분야 중 하나를 담당하는 그는 “대기업은 경기 어려울 때는 우리한테 살갑게 대하지만 상황이 좋을 때에는 우리 말을 들은 체도 안한다”고 푸념했다.
씁쓸하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대기업이 정부 위에 군림하는 사례를 그동안 수없이 봐온 탓이다. 편법·탈법도 모자라 정부의 정당한 조사를 막고 방해한 주동자를 높은 자리에 앉히는 대기업도 있다. 그러면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거나 사업에 걸림돌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띠고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심지어 올바른 정책을 폄하하고 정부 지원금을 유용하는 대기업도 있다.
정부는 속이 타지만 그들이 내민 손을 무작정 뿌리칠 수 없다. 기업을 끌어주는 게 정부 역할이고, 대기업 사업이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는 결코 상리공생이라 볼 수 없다. 편리공생보다 기생 관계에 가깝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발걸음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수 살리기와 규제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받은 2기 경제팀이 대기업 지원을 주요 수단으로 삼을까 우려된다. ‘반짝 효과’에 눈이 멀어 정부 위에 군림한 대기업까지 수혜 대상에 포함시키는 잘못을 범할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를 상리공생으로 바꾸는 것도 새로운 경제팀의 역할이다. 대기업 기생을 방치하면 정부를 넘어 국민이 말라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