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이 최악의 시기를 맞았지만, 1등 장비 업체들은 고공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거래처 다변화와 제품 다각화로 특정 산업·고객에 영향을 덜 받은 데다 최근 신규 사업 실적까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권 장비 업체들의 불황 속 최대 실적 행진은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고영테크놀러지·테크윙 등 1등 장비 업체들이 최근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근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은 국내 후방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한미반도체는 오히려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만·중국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이 한미반도체의 절단 및 적재(S&P) 장비와 플립칩 본더를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대만 TSMC 협력사인 SPIL·ASE로부터 대량의 수주를 받는 데 성공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성장, 초고화질(UHD) TV 시장의 확대는 한미반도체 성장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3차원(3D) 검사장비 업체 고영테크놀로지도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외 자동차 전장 부품과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한 덕분이다. 신제품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난해까지 3D 인쇄검사기(SPI)가 주력이었지만, 올해 들어 3D 실장검사기(AOI)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 성장뿐 아니라 수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영테크놀러지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정 품목, 특정 고객에 휘둘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 2분기에도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 장비 업체 테크윙은 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한 덕분에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부터 시스템반도체 핸들러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확대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지난해 2조3000억원에서 오는 2016년이면 7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크윙은 2분기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에 시스템반도체용 핸들러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용 핸들러 등 신규 사업도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대다수 IT 업체들이 업황 악화로 주가가 반토막 났지만, 한미반도체·고영테크놀러지·테크윙 등 1등 장비 업체들은 신고가 행진을 기록 중”이라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거래처 다변화·제품 다각화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라고 말했다.
<단위: 억원 /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