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시범사업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키로 한 약속은 또 다시 기한을 넘겼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이달 중순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의사협회 보궐 선거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시범사업 지역, 참여 의료기관, 환자 선정 등의 실무 작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이달 내 시행조차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언제 다시 논의가 재개될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의협은 회원들에게 시범사업 시행 여부를 물어 방향을 정하겠다고 나섰다.
추무진 신임 의협회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방안이 과거 협상 취지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며 “설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의협은 설문 조사를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설문 설계와 시행, 취합 등을 고려하면 내달 초·중순에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시기가 이미 무의미해진 가운데 관심은 의협 설문 조사에 쏠리고 있다. 설문에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반대하면 의·정 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의협 간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 정부가 독자적으로 원격진료 입법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원격진료 입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사간 원격진료의 안정성과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합의한 시범사업은 당초 4월로 예정됐다. 그러나 공전만 거듭해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