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접속장치(AP)와 컨트롤러(AC)가 동일 제조사 제품끼리만 호환돼 제조사 변경 시 기존 인프라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 문제점이 사라지게 됐다. 어떤 제조사 AP와 AC든 호환될 수 있는 ‘멀티 AP 컨트롤러 공통 기술규격’이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개발됐다. 호환성 문제로 잠정 중단된 스마트스쿨 사업 재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학연관 공동으로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멀티 AP 컨트롤러 공통 기술규격’과 제품을 개발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충남대, 한밭대, 광주과학기술원, 다산네트웍스, 다보링크 프로젝트팀이 7개월에 걸쳐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무선랜 AP와 AC에는 국제 표준인 ‘CAPWAP’ 프로토콜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조사마다 연동 절차와 이를 위한 메시지 타입, 동작 규정이 다르다. 프로젝트팀은 AP와 AC 간 기본적으로 주고받아야 할 메시지 절차와 기술 규격을 공통 규격으로 정의했다. 또 각 단말 접속 절차와 관리, 통계 정보 수집 절차도 표준화했다.
공통 기술규격을 사용하면 장비 호환성이 없어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의 AC 1대에 AP 100대를 운영하다가 더 나은 컨트롤러 기능이 필요해 제조사를 바꾸고자 하는 경우 지금은 AP 100대도 한꺼번에 교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A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AP를 도입하려고 해도 기존 A사 AC와 호환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속 A사 AP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제조사와 상관없이 AP와 AC와 호환되면 이 같은 문제가 사라진다. 벤더 종속성을 벗어나면 중복 투자를 막고 저렴한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많은 제조사가 제품에 공통 기술규격을 적용할수록 고객 선택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영세한 국내 AP 업체의 사업 기회도 늘어난다. 멀티 AP 컨트롤러 공통 기술규격은 세계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 국제 표준으로 제안하는 일도 가능하다.
정부 주도 스마트스쿨 사업 재개 시에는 중복투자와 외산 독점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2조원대 시장 형성이 기대됐던 스마트스쿨 사업은 다양한 이슈로 현재 각 시도 교육청별 투자로 진행 중이다.
다산네트웍스와 다보링크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와 협의를 거쳐 기술규격 공개 방식과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얼마나 많은 업체가 동참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산네트웍스와 다보링크 컨트롤러에만 공통규격이 적용된 상태다. 따라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모든 제조사 AP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더라도 기능 구현엔 한계가 있어 단순한 관리기능만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급속히 발전하는 표준 기술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오래 전 국제 표준화 단체의 시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KISTI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 요구에 맞춰 현장에서 주로 쓰는 16가지 기능을 핵심으로 개발해 TTA 시험검증까지 마쳤기 때문에 사용엔 큰 불편이 없다”며 “각사의 특별한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 제품을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공통 기술규격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능이라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