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7월 3일, 세계 최초로 TV에서 컬러 영상이 시연됐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발명가 존 로지 베어드는 브라운관 시스템과 다른 기계식 장치인 ‘텔레바이저(televisor)’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컬러를 표현했다. 삼원색을 이용한 세 개의 닙코프 디스크를 조합해 컬러 영상을 송출했다. 텔레바이저는 현대식 컬러TV와 다른 기계식이지만, 시기는 훨씬 앞섰다.
컬러TV는 TV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흑백TV 시대에는 스포츠 경기에서 유니폼으로 팀을 구분하기도 어려웠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옷이 어떤 색인지도 알 수 없었다. 컬러TV가 등장하며 시각적인 혁명을 일으켰고, 미디어 보급도 급속하게 확산됐다.
세계 최초의 컬러TV를 개발한 베어드는 비누와 젤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네온등을 보고 이를 이용해 텔레비전을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베어드는 1925년 아버지와 친구에게 250파운드를 빌려 다락방에서 기계식 텔레비전 시스템 제작에 착수했다. 연장을 넣어 두던 낡은 상자로 모터 받침대를 만들고, 빈 과자 상자로 네온등을 넣는 케이스를 만들었다. 주사용 원판은 마분지를 잘라 만들었다.
베어드가 만든 기계식 텔레바이저는 30개의 주사선을 가지고 1초에 10번씩 번쩍였다. 1926년 1월에는 셀프리지 백화점에서 베어드가 만든 텔레비전을 시연했다. 또 1929년 9월에는 영국 BBC 방송이 텔레바이저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TV 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계식 TV는 곧이어 발명된 브라운관을 이용한 전자식 TV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컬러TV 방송이 세계 각국에서 보편화된 것은 1960년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아남산업이 일본 내셔널전기와 합작해 최초의 컬러TV를 생산했지만, 방송은 번번이 연기됐다. 그러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미디어로 대중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1980년 8월 컬러TV 시판을 허용했고, 1981년 1월 1일부터 컬러TV 방송이 시작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