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대표의 `백두대간 가는 길`

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 대표의 산사랑은 각별하다. 고려대 산업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발을 들인 후 서울 주변의 산은 모조리 동네 앞산으로 만들었다. 대학생 때만 북한산 백운대를 50번 넘게 올랐고 청계산과 관악산을 합치면 400여회를 웃돈다. 대학 4년 중 대부분의 주말을 모두 산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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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산을 찾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산에 안 가면 마음이 허전하고 가면 활력이 생기죠.” 박 대표의 산사랑은 대학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주말이면 산을 찾아 앞사람의 발자취와 산의 풍경에 마음을 다독였고 생각을 비웠다.

박 대표가 권하는 책도 산과 관련됐다. 바로 민병준씨가 펴낸 ‘백두대간 가는 길’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백두대간을 2년여간 종주하면서 이 책을 벗삼아 산자락과 산주변 마을에 얽힌 이야기로 지친 발걸음을 달랬다”고 전했다. 그는 “백두대간에 관련한 많은 서적이 있지만 종주하면서 산과 주변 마을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담아낸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백두대간의 첫 고개인 하늘재를 예로 들면 신라는 충주와 문경을 잇는 이 고개를 개척해 삼국통일을 이뤄냈다는 내용, 신립이 천혜의 요충지인 새재를 포기했기에 탄금대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 화랑재 보부상들이 넘는 구간에 얽힌 설화 등이 담겼다.

산자락 아래 마을 이야기도 모았다. 판소리의 마을로 불리는 운봉에는 백두대간이 품은 너른 들판이 있고 남원시 아영면의 성리마을은 ‘흥부전’의 무대가 되는 곳이며 문경의 도자기는 남한강과 낙동강 수계, 영남대로가 있었기에 유명해질 수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지금까지 펴낸 백두대간에 관한 책들이 자신의 종주기를 모으거나, 종주를 위한 산행 가이드였다면 이 책은 종주의 단계를 넘어 전통적 지리와 역사로 백두대간을 설명한다.

그는 이 책이 현재 대표로 있는 디지털아이디어 경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에는 문화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콘텐츠가 역사와 문화를 친근하게 재현하는 것 이란 점에서 때로는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 제작은 물론이고 시각효과(VFX)와 음향효과 등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기업으로서 늘 문화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요즘도 박 대표의 산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주말이면 으레 산을 찾는다. 최근에는 100대 명산 탐방에 마음이 꽂혔다. 올 초 산행을 시작해 벌써 마흔아홉 봉우리를 탔다. 인생과 비슷한 것도 산을 타는 즐거움으로 꼽았다. 그는 “산에 들어서면 때로는 밤에 멧돼지를 만나는 두려움도 있고 활력 넘치는 젊은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어 들고나는 인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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