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이 인수를 위해 쓴 금액은 지난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신문은 올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에 사용한 금액이 약 3조4000억엔(약 34조98억원)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배 늘어난 것으로 30년 만에 최고 많은 금액이다.
일본 기업들이 쓴 인수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기업 인수를 위해 일본 기업이 지출한 자금은 전년보다 8.7배 늘어난 2조5000억엔(약 25조72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산토리 홀딩스가 미국 증류주 업체 빔을 인수하는데 쓴 1조6000억엔(약 16조46억원)이차지했다. 이밖에도 일본 제일생명보험은 미국 중견 보험회사 프로텍티브를 약 5800억엔(약 5조8016억원)에 인수했다. 미트칸 홀딩스도 유니레버의 북미 소스사업을 2180억엔(약 2조1806억원)에 가져오는 등 대형 M&A건이 잇따랐다.
올해 아시아 지역 기업 인수에 사용한 금액도 6900억엔((약 6조9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반면, 유럽 지역 M&A는 라쿠텐이 키프로스의 스마트폰용 무료전화 앱을 개발한 바이버 미디어를 935억엔(약 9352억원)에 인수하는 정도에 그쳐 전체 금액이 감소했다.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이 활발한 해외 인수합병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여건이 좋아진 탓이다. 사업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도 커졌지만 여유 자금을 확보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상장 기업 중 올 3월 기준 회계연도를 마감한 기업들이 보유한 자금은 75조엔으로 조사됐다. 엔저 현상에도 일본 내 주가 상승과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도 해외 M&A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벳쇼 켄사쿠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투자은행 전무이사는 “일본 기업들은 5~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전략을 구하고 있다”며 “사업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