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은 아직까지 단기 수익모델보다는 세계 가입자 수 확대에 더 집중할 때입니다. 중국 모바일 기업은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어 가장 두려운 상대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공격적 해외 비즈니스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형(가입자수)와 수익성의 밸런스가 중요하지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아직도 많은 나라가 모바일 메신저 초기단계로 국가별 시장 1위 사업자가 굳어질 때까지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라인은 중국 텐센트의 ‘위챗’과 모바일 메신저 글로벌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의장은 중국 기업의 고성장을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자국 사업자 보호정책과 큰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콘텐츠, 유망 서비스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라인의 해외 성공이 국내 중소기업 콘텐츠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의장은 “라인은 출시 3년 만에 세계 4억7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며 “라인이 우리나라의 콘텐츠 세계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면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사업과 중소기업과의 협력도 언급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품을 판매할 상권이나 마케팅 수단이 제한적인데, 온라인은 그런 한계를 넘을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올해 2월에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도 설립된 만큼 온라인(네이버)으로 사용자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이 외부 행사에 연사로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처음이다. 그는 평소 사업의 큰 결정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으로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라인 가입자 3억 명 돌파 기념행사 이후 처음이다. 강연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제안을 이 의장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이 의장은 “내가 잘 하는 것은 서비스 잘 만들고 해외업체와 경쟁하는 것”이라며 “경영과 다른 일은 충분히 역할을 나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에 빗대 생각해보면 김상헌 대표가 중앙에서 경기 전반의 흐름을 조율하는 ‘미드필더’라면 저는 글로벌 시장을 뚫기 위해 뛰어야 하는 ‘공격형 윙’”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창업으로 시가 총액 10위 내에 들어간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안다”며 “회사를 경영하면서 늘 우리의 본업에 집중해왔던 것이 거대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라인 사업 계획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상장 계획은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과의 일문일답
▲(기자)인터넷 서비스에서 해외 업체 대비 네이버가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던데?
-(이 의장)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규제가 없고 국내 서비스업체만 여러 제한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이슈가 됐다. 규제 이전에 시장에 대해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모바일 서비스 가운데 지금 가장 잘 되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정확한 사업 형태 인식이나 경영 성과 데이터도 부족하다. 이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
▲알리바바와 사업 협력 가능성도 시장에서 회자된다.
-라인 서비스가 해외에서 잘되고 있다. 여러 제안이 이뤄지고 있고 다각도로 검토한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라인이 고성장중인데 수익모델은 뭔가?
-게임,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는 데 추가 수익원은 우리는 물론 다른 업체도 모두 고민이다. 우선은 가입자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라인이 경쟁자보다 1인당 매출에서는 좋은 위치에 있다. 수익모델 확보는 큰 숙제다.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은 위협적 경쟁자의 출연이다. 모바일은 카카오가 여전히 점유율 좋다. PC기반 콘텐츠에 강점 있는 다음과의 시너지가 있다. 분명 위협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자는 해외 사업자로 본다. 다음·카카오도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해진 의장과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어떻게 나눠져 있나?
-제 역할은 전방 공격수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좋은 후배들이 많아져 이들에게 기회제공하는 것도 역할이다. 후방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전문경영인 대표가 맡는다. 차기 시장 찾고 해외 비즈니스 늘리는 게 내 역할이다.
▲구글 등 해외업체들은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선다. 네이버 계획은 무엇인가?
-M&A는 열심히 하고 있다. 한게임, 첫눈(라인)도 인수한 사례다. 라인의 기반도 그렇다. 다만 구글하는 것에 비하면 불리한 여건이다. 거기랑 비교해 M&A 비교하기 힘들다.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15년 사업하면서 매년 창업하고 매년 새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네이버의 특징은 기업 투명성과 인터넷 서비스 품질의 자부심, 글로벌에 대한 열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인터넷 서비스에서 고성장중이다. 어떻게 보나?
-중국기업은 정말 두렵다. 우수인재도 많고 돈도 많다. 국내에 와서 공격적 투자를 한다. 국내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이더라. 국내 콘텐츠 게임업체들은 사실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네이버도 한국에서 1등만 해서는 살 수 없다.
▲라인이 곧 가입자 5억 명을 돌파할 것이다. 이후에도 가입자 수 확보가 우선인가, 아니면 수익성에 집중할 것인가.
-가입자와 수익은 밸런스 맞춰서 같이 가야 한다. 하지만 메신저는 가입자가 기반이다. 눈앞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것 보고 가야 한다. 아직은 많은 나라가 모바일 메신저 초기 도입 상태다. 각 국 시장 1위 사업자가 나올 때까지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네이버도 우선은 가입자 수가 우선이다.
서귀포=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