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은 로봇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성과를 분석해 본 결과 매출은 880억원, 해외수출은 123억원을 달성했다. 성과 매출 중 교육용 로봇이 3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뿌리산업 중소제조로봇(235억원), 상수관로봇(12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로봇보급사업 현장 속에서 제몫
자율비행로봇과 폭발물처리로봇은 국내 테스트베드 운영과 사업화를 기반으로 최근 해외시장을 뚫었고 교육용로봇도 수출사업화에 성공했다.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제도를 개선해 공공분야에서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았다.
부처주도형사업 중 상수관로봇은 대전과 용인 등 14개 지자체에 공급됐다. 참여기관인 수자원기술은 대형관 갱생 로봇장비를 상용화했으며, 887억원 상당의 상수관망 공사를 수주했다. 그 외 하천청소로봇은 인천에, 분화류 이식로봇은 경기와 경남, 전남 등 지자체에 공급돼 현재 공공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보훈병원과 제주대병원 등 5개 병원은 21억원을 들여 로봇보급사업 과제를 통해 개발된 보행·상지재활로봇을 도입했고, 한전KPS는 40억원을 투입해 송전탑 점검 자율비행로봇을 조만간 구매할 계획이다.
국민 안전과 복지를 위한 로봇개발도 잇따랐다. 계란 껍질에 생긴 실금(파각)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파각란 판별로봇은 앞으로 양계농가와 선별장에 보급될 예정이다. 해상 익사자를 구조할 수 있는 수상구조로봇은 해수욕장에 투입해 물놀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또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재활로봇과 인공관절수술로봇이 국산화됐고, 실버케어로봇이 로봇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요창출·비즈니스모델 발굴 등은 숙제
로봇보급사업은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수요창출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서 아쉬운 문제점도 드러냈다.
그동안 새로운 제품 위주로 지원, 공급자 중심의 보급사업이 되다보니 실수요를 창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신규 로봇의 성능과 가격에 대한 기업의 기대치와 수요자의 기대치가 맞지 않아 사업화 방향을 수정해야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해외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어려웠다. 기술개발 전문인력외에도 해외 진출을 기획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부처주도형 로봇보급사업은 현재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고는 있지만 좀 더 다양한 공공분야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로봇보급사업은 내실화를 통한 성과창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KIRIA는 선택과 집중, 글로벌 사업화, 공공분야 확대, 성과 활성화 등 4개 중점추진방향을 설정해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로봇보급사업 예산은 125억원으로 지난해(190억원)보다 65억원이 줄었다. 예산 감소로 부처주도형 계속 사업비는 크게 줄이고 기업 수요가 많은 아이디어발굴형 사업은 일부 늘렸다.
우선 취약공정개선로봇과 국방로봇, 청소로봇 등에 집중 지원한다. 뿌리산업분야 로봇보급사업을 섬유와 신발, 고무, 자동차부품 등 공정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확대했다. 또 국방 핵심기술과제나 민·군협력과제로 개발한 로봇뿐만 아니라 민간주도개발로봇도 국방부, 방사청과 협력해 보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가정용 청소로봇의 국제경쟁력을 기반으로 호텔과 수영장, 빌딩 등 전문서비스 청소용 로봇보급사업의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KIRIA는 또 로봇보급사업을 통해 성능과 글로벌화의 가능성이 검증된 제품은 다음해부터 해외 테스트베드사업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보급사업 성과물 중 수출 유망제품을 골라 우선 진출국을 선정한 뒤 단계적으로 현지화 방안에 대해 컨설팅 할 방침이다.
사업을 통해 개발된 제품을 공공분야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지방비 매칭, 구매조건부 형태 보급을 적극 검토한다. 그 외 로봇보급사업 후 3년이 경과된 사업에 대한 성과분석, 품질인증사업, 홍보 다각화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