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연구용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기로 한 것은 국내 원자력 연구사에 기록될 쾌거로 평가됐다. 지난 1959년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수입해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 이후 5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원자력 선진시장 유럽에 진입, 기술력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확대되는 연구용 원자로 시장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에서 운영 중인 246기 연구로 중 60%가 40년 이상 경과됐다. 향후 20년 안에 신규는 물론이고 노후한 연구로 대체수요가 30~50기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등 현재 도입을 추진하는 나라도 상당수다.
신규 건설 외에도 노후설비 개선을 위한 기기·설비 교체, 핵연료 공급 등 연구로 분야의 다양한 파생수요도 있다. 현재 선진국은 상용원전 개발과 수출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연구로 수출에 대한 관심은 미흡하다. 우리나라가 미래 틈새시장으로서 세계 연구로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시장에서 기술력 입증?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을 수주하며 사상 첫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을 시작했다. 또, 그리스 연구로 1차 냉각계통 개선 자문사업, 태국 연구로 계측제어계통 교체 자문사업, 말레이시아 연구로 계측제어계통 개선사업 등을 수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원자력 선진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유럽 지역 진출이 어려웠던 것은 현지의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다. 유럽에는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인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이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프랑스 아레바, 독일 누켐-러시아 니켓 컨소시엄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이들을 제치고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사업을 따내면서 연구로 시장 공략 무대를 유럽까지 확장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해외 시장 진출 가속도
이번 수주는 향후 글로벌 원자로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네덜란드가 이르면 하반기 재추진할 연구로 프로젝트 ‘팔라스(PALLAS)’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팔라스 사업은 네덜란드가 현재 운영 중인 연구로(HFR) 노후화로 인해 신규 연구로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07년 국제입찰을 진행했고, 2009년에 아르헨티나 ‘인밥’이 선정됐으나 사업이 최종 무효화됐다. 이 사업이 이르면 하반기 재추진될 예정이며, 우리나라는 이번 연구로 수출이 팔라스 사업에서 우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팔라스 사업은 45㎿급 연구로로, 사업 규모도 4억~5억유로(약 5537억~69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현재 사우디와도 연구로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아제르바이잔도 협의에 착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연구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래부는 “국가 원자력 브랜드 인지도 제고로 원자력기술 해외 진출사업도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며 “2009년 UAE 원전수출에 이은 대형 상용원전 추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