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하고 돈만 떼이고 배송 못받아
우리나라에서만 13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파격 할인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전자상거래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 아는 사람이 올린 글로 교묘하게 가장하는 수법을 쓰고 있지만 페이스북 측은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상황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 레이밴이나 오클리 선글라스를 90% 할인 판매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가격은 2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글과 함께 올라온 이미지를 터치하면 전자상거래 페이지가 뜨지만 결과는 사기다. 결제해도 물건을 배송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블로그와 카페, 지식검색 등에는 페이스북에 뜬 해외 인기 선글라스 할인 광고를 보고 결제했다가 돈을 날렸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위안화로 결제되고 며칠 후 아예 해당 사이트가 사라지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페이스북 선글라스 사기 피해만 50건에 육박한다. 결제하고 아직 사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례를 감안하면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비교적 전자상거래 사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젊은이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지인끼리 소식을 주고받는 SNS의 특성 탓이다. 사기업체는 페이스북에 홍보 페이지를 만들고 페이스북 가입자가 직접 추천하는 것처럼 이름을 도용한다. 그 사람과 연결돼 있는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사기 글이 자동으로 뜬다. 지인이 추천하는 상품은 신뢰감을 갖는 심리를 악용한 셈이다.
개방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페이스북의 시스템적 특성으로 사실상 스팸 광고 식으로 출몰하는 가짜 상품 판매 사기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선글라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자동적으로 내 이름이 레이밴 페이지 할인에 추천돼 있어 놀랐다”며 “최근 들어 지인 사이에 이름이 도용된 것 같다는 불평이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측은 선글라스 사기 도메인의 피해사례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계속해서 선글라스 사기 페이지를 삭제하고 있지만 도메인 뒤 숫자만 바꿔 다시 만들어 출몰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며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기 판매 사이트가 기승을 부려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라는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국경 없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피해를 당해도 신고나 보상 창구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정가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광고는 의심을 갖고 결제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가 90% 이상 할인한다는 사실 자체에 소비자들이 먼저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며 “명품을 갖길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교묘히 악용한 수법으로 정가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제품이나 구매 후기가 없는 온라인 판매 상품은 쉽게 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