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M&A로 몸집 키우고 가격경쟁력으로 자력 갱생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애플의 양강 구도가 끝난 분위기다. 세계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들 두 업체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턱 밑까지 쫓아온 중국 로컬 업체들 탓이다. 이 중에서도 전통적 강자 레노버와 떠오르는 별 샤오미에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올 초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 단숨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모토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인수 후 “내년까지 스마트폰 판매량을 1억대로 늘릴 계획”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애플과 삼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버는 지난 1984년 벤처 기업 ‘렌샹’으로 시작, 인수합병(M&A)으로 세를 키웠다. 초창기 PC·컬러TV를 수입 판매하다 지난 1990년 ‘레노버’ 브랜드를 만들며 PC 전문 업체로 나섰다. 지난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하고, 6년 뒤 일본 NEC와 합작 회사를 만든 데 이어 독일 가전 업체 메디온, 브라질 1등 PC 업체 CCE를 잇따라 사들였다. 결국 레노버는 지난 2012년 세계 최대 PC 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레노버의 급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레노버 지주회사 레전드홀딩스의 지배주주는 중국 정부기관 중국과학원(CAS)이다. 사실상 국유 기업인 셈이다. 회사 설립도 CAS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글로벌 IT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
‘대륙판 애플’ 샤오미는 지난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 3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3위, 세계 시장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1870만대를 팔아 전년 대비 160%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판매 목표량은 6000만대에 이른다.
샤오미의 성장 비결은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점이다. 제품 사양은 글로벌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못지 않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다. 화웨이 등 다른 중국 로컬 업체들보다도 저렴하다. 유통비·마케팅비를 줄인 덕이다.
샤오미는 주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스마트폰의 80%를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자체 온라인 매장을 통해 팔았다. 통상 오프라인 유통 마진이 제품 판매가의 40% 수준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목이다.
광고 없는 마케팅도 강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포럼 등으로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SW) ‘MIUI’를 매주 업데이트한다. 정해진 물량을 한정 판매하는 ‘헝거(hunger)’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흡인하기도 한다. 그 결과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끌어 올렸고,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영향력을 키웠다.
샤오미는 지난해 홍콩·대만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 나선다. 지난 2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는 17분 만에 제품을 완판,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는 평이다. 향후 인도·미국·남미 등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노버·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의 행보가 무섭다”면서 “이들은 당분간 세계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