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투입한 국방SW 국산화, DBMS는 외산인 `오라클`…형식적 국산화 지적

수십억원을 투입한 무기체계 소프트웨어(SW) 국산화 사업에 외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성능평가 조차하지 않고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국방SW 국산화의 대표적 사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지만 기반 SW인 DBMS는 관행적으로 국산 제품을 배제해 전형적인 홍보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500억원 규모의 헬기상태감시시스템 확산사업 시 외산 제품이 DBMS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국산 실시간운용체계(RTOS) 적용과 운영비행프로그램(DFP)을 자체 개발하는 ‘항공감시시스템 SW 국산화 사업’에 오라클 DBMS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오라클 DBMS 도입은 다른 제품과 벤치마크테스트(BMT) 등 성능평가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국산 DBMS업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리얼타임테크·알티베이스·티맥스소프트·큐브리드 등 다수 토종 DBMS SW업체가 존재함에 불구하고 성능을 비교하는 테스트 한번 하지 않고 외산제품을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산 DBMS는 이미 군 함정무기체계에 적용해 RTOS와 연동해 사용 중이다. 업체 대표는 “정부의 국산화 시범사업 조차 국산 DBMS를 외면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형식적 국산화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면 향후 한국형기동헬기(KUH)의 파생헬기, 소형무장헬기, 수출형헬기 등 다양한 영역의 헬기상태감시스템에 적용된다. 방사청이 예측한 수입 대체 효과만도 450억원이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헬기상태감시스템 확산사업 시 DBMS는 오라클 제품이 표준으로 적용, 국산 DBMS는 원천적으로 차단될 우려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개발된 시스템은 향후 사업 영역별 적용 시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국산 DBMS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외산 제품이 도입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국산 제품을 포함, 다수 제품 대상으로 성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업체 대표는 “지금 DBMS 교체가 어렵다면 실제 확산 시점에서는 반드시 DBMS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우수한 국산제품이 존재함에도 불구, 성능평가도 없이 외산 제품이 확산 사업의 표준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 85억원이 투입되는 ‘회전익항공기(헬기) 상태감시스템 SW 국산화’ 사업은 오는 2016년 말 완료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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