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69>평가의 기술

믿고 함께 일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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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직장생활 중 나는 두 번의 승진을 경험했다. 대리 승진 대상이 된 첫해에 입사 동기들 가운데 아주 소수가 예외적으로 승진했다. 극히 예외적인 기회였는데도 승진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했다. 한동안 업무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평가와 보상, 승진은 조직의 판도라 상자와 같다.

평가는 엄정하고, 결정은 온정적으로 해야 하나 현실에서는 자주 반대로 한다. 평가는 온정적으로 하고 나서 정작 직원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는 그동안 잘해 준 것에 대한 보삼심리로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고야 만다. 자주 하는 실수다. 기준이 있어야 양보가 양보가 된다. 단지 친절한 것만으로는 조직을 평가하고 운영할 수 없다.

능력 있는 직원에게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남발하는 CEO를 본다. 신중하지 못한 태도이거나 책임질 수 없는 달콤한 약속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문제다. CEO는 직원을 먹여 살리고 의리로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성장해 스스로 자립할 능력을 갖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다. 일산으로 가야 할 사람을 잘못 태운 분당행 버스 운전사가 의리와 신념으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라며 그를 내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목적지가 다르다면 빨리 내려줘서 일산행 버스를 타도록 도와주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의 길이다.

직원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직원이란 일하기 싫어하고 감시하고 강제해야만 일을 하며, 능력보다 많은 급여를 가져간다’와 ‘직원들은 일을 즐기며 성취에 보람을 느끼고 믿고 맡기면 열심히 일해 회사에 기여하고 싶어한다’는 가설이다. 둘 다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사랑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간청해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결혼했다. 믿고 바라는 그대로 이뤄진다는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의 배경이다. CEO의 직원에 대한 믿음과 가치관 방식대로 직원들이 일하게 될 것이다.

알아서 일할 것으로 기대하며 기다리지 말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라. 그리고 믿고 기다리되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라. 대화는 부드럽게 하고 필요하면 양보하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라. 이게 믿고 함께 일한다는 말의 의미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