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성장발전 방해하는 대기업의 악덕 행위 중단하라!”
“중소기업 선동시켜 내부분열 얻으려는 대기업을 처단하라!”
1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행사장을 꽉 채운 250여명의 중소 PC 제조사, 부품 및 설치 협력사, 소상공인 관계자들의 외침이 열기를 더했다. PC 분야는 물론 다른 소상공 업종을 대표해 참석한 참가자들은 대기업 PC를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오락가락하는 중소기업 정책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다. 조달 PC 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 비중을 늘여가기로 한 정부 방침이 최근 대기업 로비에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호소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는 “PC가 중소기업간 경쟁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중소 제조사들이 시설과 인력 투자를 확대했다”며 “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PC 비중이 다시 늘어나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중소기업이 휘청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다.
현장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신기술로 승부하지 않고, 국내에서 중소기업과 경쟁하려는 대기업 행태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중기간 경쟁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생산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의 경우, 대기업의 조달 시장 참여를 제한해 중소기업 제품 판매 확대를 지원하는 제도다. 2014년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PC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해 2013년 공식 지정됐다. 조달 시장에서 중기 제품 비중을 작년 50%에서 올해 75%, 내년 100%로 순차적으로 올리기로 했었다.
중기 제조사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배후에서 중기간 경쟁업종 제도를 흔들려 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용PC 중기간 경쟁제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규탄대회까지 준비한 이유다.
중소 제조사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중기간 경쟁제품 선정 이후 중소 PC 제조사 및 부품 협력사 상황이 나아지는 등 업황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 첫 해였던 2013년 중소 PC 기업 공공 조달 수주는 전년보다 160% 늘었다. 조달 시장 진입 기업도 13개에서 21개로 늘었다. 중소 제조사 경영 활성화는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과 납품 및 설치, A/S 등 관련 소상공인 생태계도 힘을 얻는 효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작년 조달청을 통한 중기 PC 매출은 1744억원으로 전체 조달 시장에서 53.4%를 차지했다. 11개 주요 중소 PC 제조사 평균 공장 가동률도 2012년 62%에서 71%로 늘어났다. 생산과 고용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줄곧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던 중소 PC 업계가 반전의 계기를 찾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조달 시장 중 중기제품 비중 확대를 막고, 일체형PC 등 새로 떠오르는 제품군을 중기간 경쟁업종에서 제외시키려는 시도가 모처럼 찾아온 성장 계기를 막을 수 있으리란 우려다.
박치영 개인용PC 중기간경쟁제품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 정책을 믿고 설비와 인원을 투자해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PC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후 변화 / 자료: 개인용PC 중기간경쟁제품 비상대책위원회>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