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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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라는 용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다. ‘전봇대’나 ‘대못’ 등으로 비유되며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 치워야할 악습으로 치부될 정도다.

사전적인 의미로 규제는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이다. 규칙이나 규정이 없는 단체나 조직, 업계, 사회는 방종과 무질서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규제는 공정한 경쟁 환경과 룰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제도다.

규제는 기업 활동과 매운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 활동을 경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보니, 규제 완화는 어느 순간부터 경제를 살리는 처방전으로 인식돼 왔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기업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규제 완화나 철폐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늘 긍정적 효과만 불러 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며 고용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면, 비정규직 양산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융업 규제 완화는 저축은행 사태를 부르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사고 증가라는 양면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 규제는 활동을 저해하거나 귀찮고 불필요한 장애물처럼 여겨지기 쉽다. 규제로 인한 효과는 규제 완화에 따른 기업의 매출 상승처럼 두드러지게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는 산업을 직접 활성화하는 포지티브 정책이기보다는 산업 활성화의 저해 요소를 방지하는 네거티브 정책에 가깝다.

우리 사회와 산업이 어떤 분야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배경에는 규제가 깔려 있다. 가격 담합이나 식품 위생에 관한 규제가 없다면 소비자를 우롱하는 불법행위는 기승을 부릴 것이 자명하다. 모든 산업활동에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규제가 사라지면 승자독식, 양육강식이 판을 치는 불공정한 사회가 되기 쉽다. 규제를 만드는 것만큼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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