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콘텐츠산업 희망이다] 3회/K팝 넘어 K스토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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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콘텐츠 산업 규모는 1조4200억달러로 1조6000억달러의 자동차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반도체(2800억달러)·조선(2500억달러)·항공(3500억달러) 등의 첨단산업을 합친 금액을 웃돈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크고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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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의 뿌리이자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드는 이야기가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세계 시장의 32.4%, 일본이 12.3%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특히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이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수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콘텐츠 기업이나 창작자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게임과 음악이 한류를 이끄는 가운데 이야기 산업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해외에 소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출간돼 국내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린 ‘엄마를 부탁해’는 영국 등지에서 10만부가 넘게 팔렸고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22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국제도서전’에서는 오늘의 작가로 선정돼 도서전 기간 내내 런던 주요 서점 쇼윈도에 전시됐다.

하지만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작품의 수출을 직접 이끈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우리 이야기가 해외에 제대로 소개된 것은 아직 아니다”며 “해외에 눈을 돌리기에는 국내 기획사의 해외 네트워크나 자본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순수소설이나 문학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획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해외에 이야기를 소개하려면 작품의 정서를 현지인의 취향에 적합한 언어로 전달하는 번역이 중요한데 전문 번역 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적인 이야기기획사(에이전시) 육성도 과제다. 드라마제작사이자 이야기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태원 대표는 “국내에서 미국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해 이야기를 만들려면 기획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열악한 산업구조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 에이전시 양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도 “이야기거래소가 만들어져 영어와 중국어 등으로 일부를 번역하면 이야기의 직접 수출도 가능하다”며 “해외 기획사와 연결하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 등 완성 콘텐츠로 수출되면서 국내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 수출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중견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는 “좋은 대본이 있으면 배우 확보는 물론이고 투자 유치, 방송국 편성, 해외 판권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며 "문화 콘텐츠 기획 과정을 제조업의 연구개발(R&D)과 동일하게 인정해주면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수출까지 늘어나는 등 파급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 한류 우호지역을 중심으로 콘텐츠 수출이 활성화된 만큼 지역에 맞는 수출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