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설비가 가전제품으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대규모 발전 설비 제품에 주력해 온 업계가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변경한 가정용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섰다. 이는 서울시가 가정용 태양광 보급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인데다 해외에서도 보급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한화큐셀·신성솔라에너지·한솔테크닉스 등 주요 태양광 업체들이 가정용 태양광 제품을 독자 개발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 대열에 참여할 예정이다.
7월 시행하는 서울시 태양광 설비 보급 사업자로 선정된 신성솔라에너지와 한솔테크닉스는 이미 미니 태양광 개발을 끝마쳤다. 이 사업은 서울시 8000가구에 200~260와트(W)급 태양광 모듈과 마이크로인버터를 보급하는 게 목적이다. 2㎿ 내외 50억원 규모 가정용 태양광 시장이 처음으로 열리게 되는 셈이다.
신성솔라에너지는 210W, 315W급 두 제품으로 보급 사업에 나선다. 아파트 베란다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모듈 크기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사업 참여와 더불어 기존 태양광 모듈 크기 절반에 해당하는 130W 모듈을 개발해 수요처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미니 태양광 사업에는 신청 1주일 만에 약 2000가구가 참여를 희망한 바 있다.
LG전자와 한화큐셀은 해외 가정용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광 전시회인 인터솔라에서 ‘모듈·인버터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선보였다.
태양광 모듈과 마이크로(소형) 인버터를 일대일로 결합한 제품으로 콘센트에 꽂으면 생산한 전력을 바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가전제품과 동시에 사용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미국 하와이와 유럽 등 일조량이 풍부한 해외에서 먼저 제품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주택 지붕용 ‘Q플랫’ 모듈을 출시하고 일본 등 해외 영업을 확대했다. 일본 주택용 시장 성장세가 빨라 지붕형으로 특화한 제품을 따로 출시했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가정용 시장은 품질과 제조사 브랜드 파워가 중요해 차별화된 시장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 업계가 가정용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은 앞으로 발전용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장 확대 전략이다. 발전용 태양광 시장은 중국 등 메이저 기업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도 급락했다. 반면에 이제 개화에 접어든 가정용 시장은 베란다, 외벽 등에 설치 가능한 다양한 제품이 나오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부상한 일본은 올해 10GW 내외 설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더라도 이 중 가정용 시장은 30%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가정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매년 상승하는 상황이고 국내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서울시가 보급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 형성 기운도 느껴진다. 서울시는 올해 24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미니 태양광 보급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사업성과에 따라 매년 지원 대상을 늘리겠다는 것도 시장 확대의 청신호다.
태양광 제품이 가정용 시장까지 진입하면서 제조 기업은 다양한 마케팅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기존 가전 제품 분야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다. 앞으로 TV와 냉장고 등 일반 가전제품과 더불어 태양광 발전 설비를 패키지화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낮은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가정용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큐셀도 한화와 큐셀이라는 대기업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일본에서 TV광고를 실시하는 등 소비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성솔라에너지, 한솔테크닉스 등 국내 중견 태양광 기업 역시 미니 태양광 시장을 중심으로 가정용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후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