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혈액관리시스템이 세계 시장을 독점한 프랑스 제품을 제치고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될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리비아 등으로 수출 확대도 기대돼 한국형 혈액관리시스템이 중동에서 또 하나의 한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15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최고 1000억원 규모 이상이 될 사우디아라비아 국가통합혈액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우리나라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혈액관리시스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석권한 프랑스 마크(MAK)사와 대한적십자사가 경쟁 중이지만 우리나라 시스템 성능이 월등히 우수해 이변이 없는 한 사업자 선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크사와는 달리 혈액관리 운영주체가 직접 제안한 것도 높게 평가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병원별 혈액관리 체계로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시스템도 제각각이어서 병원 간 연계도 어렵다. 헌혈자와 수혈자 관리가 안 돼 혈액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는 전국 230개 병원에서 개별 관리하는 혈액관리를 국가 차원으로 통합한다. 1차 사업으로 공통 혈액관리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 15개 병원에 시범 적용한다. 이어 2차로 230개 병원에 확대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대한적십자사에 적용된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을 제안했다. BIMS는 지난 2002년 자체 개발해 12년간의 운영경험을 기반으로 성능을 높였다. △채혈 부적정 혈액관리 △채혈 물품·장비 관리 △헌혈 관련 증상자 관리 △헌혈자 관리 △신분확인용 지문인식 △검사관리 △혈액제제 자동 무게 측정 △혈액공급 관리 △실시간 통계관리 △인터넷 예약관리 △기획관리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관리시스템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SK C&C가 시스템 구축을 맡는다. 보건복지부와 코리아메디컬홀딩스는 수주 지원을 한다.
반면에 프랑스 마크사의 혈액관리시스템인 ‘브로데사’는 BIMS 성능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웹기반으로 전환된 지도 불과 1년밖에 안 돼 시스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능도 매우 단순하다.
김철용 대한적십자사 팀장은 “마크사의 고위 관계자도 성능 차이를 인정하고 사우디 사업에 공동 제안하자고 협력을 제의할 정도”라며 “성능 면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확실히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변 국가 수출 확대도 가능하다. UAE·리비아 등 상당수 중동 국가는 아직 국가 차원의 통합 혈액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혈액 수혈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이들 국가도 국가 통합 혈액관리시스템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성사되면 주변국가로 혈액관리시스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