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500억원가량 줄어 1조원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ICT R&D는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정부가 2018년까지 꾸준히 예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다.
15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올해(약 1조원)보다 4~5% 줄어든 ICT R&D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앞서 기재부가 ICT R&D 실링(ceiling, 예산 지출한도)을 올해보다 5% 낮춰서 미래부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실링 규모가 줄어든 명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반적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안전처 출범과 재난망 등 안전 인프라 확충에 따른 비용 때문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실링을 낮춰 전달한 시점은 재난 대응 이슈가 불거지기 전이어서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ICT R&D 분야 중 어느 분야에 변화가 생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ICT R&D 예산은 7499억원을 투자하는 전략적 기술 개발을 비롯해 표준화, 융합인재 및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ICT 연구 인프라 확충 등에 쓰인다. 때에 따라 일부 분야는 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7년간 R&D 비용 수천억원이 투자되는 5세대(G) 통신 사업 예산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ICT R&D 예산은 국가 과제로 차세대 장비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로 쓰인다. 영세한 중소기업은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해주는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이 열리면 중소기업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R&D로 개발되는 기술과 제품은 중소기업에는 차세대 먹거리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ICT 분야보다 특히 유선 통신 분야 R&D 예산이 10% 이상으로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분야는 올해 R&D 예산이 350억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4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어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ICT R&D 예산은 5조원에 이르는 화웨이나 에릭슨 같은 개별 기업체에도 한참 못 미친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년간 ICT R&D에 총 8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꾸준히 예산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개로 흩어져 있던 ICT R&D 기능을 통합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를 설립한 것도 R&D를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창조적인 R&D가 사업화로 이어지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도 수년간 ICT R&D 예산을 늘린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내년 예산은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부터는 ICT R&D 예산을 연평균 6%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2015년 국가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취합한 뒤 두 달여간 협의를 거친다. 이후 9월 국회 심의를 거쳐 12월 최종 확정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