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사건·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을 보면, 상위 5개 질환군이 전체 사망률의 47.7%를 차지한다. 주요 원인은 폐암, 당뇨, 뇌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간질환 등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
이런 질환은 국민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의료비 수십배의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문명을 발전시켜오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자연에서 찾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쓰고 있는 각종 의약품들을 들여다보면, 천연물(생명자원)에서 유래한 것이 60%가 넘을 정도로 많다.
최근 난치성 질환의 영역에서 생명자원(천연물) 소재를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실례로 미국에서 두 개의 천연물신약(botanical drug)이 이미 승인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세대 천연물 신약 개발이 시작됐다.
생물체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정밀시스템이 있고, 외부 환경에 반응하면서 필요한 물질(2차 대사산물)을 만들거나 변화를 준다. 식물은 성장한 곳에서 대응하기 때문에 계절, 서식지, 날씨 등 다양한 요인까지 감안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물질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 물질은 생체시스템(일종의 여과장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에서도 생리적 기능(약효)을 나타낼 것이고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 시 생명자원을 동원하는 연구가 필수과정이 되고 있다. 또 이 분야 과학기술 수준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뒤지지 않고, 개발비용도 다른 신약개발보다 적게 들기 때문에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한 분야며,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기술을 볼 때, 생명자원의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술수준은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되어간다. 따라서 생명자원의 잠재적 가치는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커지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산업적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의약자원으로서 하나의 식물이 가진 경제적 가치는 연간 3억~1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생명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을 생명자원에서 찾는 전략이 필연적이라 하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해 생명자원 소재를 수집하고 연구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인프라 사업은 마치 건물의 튼튼한 기초공사와 같아서 과학기술 인프라로서 국가적 과학기술 역량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소중한 생명자원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우리는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그 특성과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프라 사업을 통해 생명연구자원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과학저널 ‘네이처(Nautre)’ 창간호(1869년 11월 4일) 첫머리에 적힌 헉슬리(T H Huxley)의 말처럼 자연의 일부인 인류에게 질병이 생긴다면 자연 속에 해답이 있음이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형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표적의약연구센터장 hykylee@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