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퀀텀닷(QD·양자점) 시장에 국내 토종 업체들이 필름 방식으로 다시 진입한다. 삼성종합기술원, LG이노텍 등 선발 주자들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후발 주자들은 더 높은 색재현율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엘엠에스는 국내 최초로 QD 필름 시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국내외 업체들과 막바지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 하반기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엘엠에스에 이어 상보·SKC·대주전자재료·한화L&C 등도 QD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단기간 내 원천 기술 확보가 어려운 탓에 핵심 특허를 보유한 해외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QD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10년에도 거셌다. 특히 LG이노텍은 미국 나노시스와 ‘엣지형’ 방식의 QD 레일(Rail)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하지만 계열사로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이관하면서 관련 사업이 흐지부지됐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종합기술원도 QD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관련 조직이 계열사로 분산되면서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처럼 선발 업체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QD 시장 열기는 식었다. 하지만 최근 보다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필름 방식이 각광받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자체 제조공정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엘엠에스는 기존 프리즘시트의 핵심 소재와 코팅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필름 타입 QD를 개발했다. 휘도와 색재현성을 50%까지 향상시켜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화질을 구현한다. 3년 전부터 QD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해 왔으며, 특허 문제도 나노시스와의 협력으로 해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 신뢰성 평가후 곧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향후 모니터에 이어 태블릿PC, 모바일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L&C·LG화학·SKC·상보 등 국내 주요 소재 업체들도 QD 필름 사업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대량 생산이 가능한 QD 제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L&C는 글로벌 QD 업체를 대상으로 협력사를 물색 중이다. 하지만 이들 후발 주자들은 시장 개화 시점을 확신하지 못하는데다 해외 QD 업체의 특허 비용 부담 등을 꺼려 양산 투자를 놓고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사들의 요구가 높아 QD 사업을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확정짓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 물질을 QD로 변경하는 ‘QD LED’ △LED BLU의 형광 물질을 QD로 바꾸는 ‘QD LCD’ 등으로 기술 개발을 시도해왔다. 최근엔 QD LCD 방식, 특히 필름 방식이 양산성 확보에 적합한 방식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QD는 물질이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어들 때 전기적·광학적 성질이 변하는 반도체 나노 입자로, 색 순도와 광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발광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