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엑시트에 인색한 한국 문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했다. 시장은 거대해진 ‘다음카카오’가 공격적으로 추진할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벌써 관심이 크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창업자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 상반기 ‘엑시트’와 ‘투자’라는 키워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기업은 단연 선데이토즈다. 지난 3월 스마일게이트가 선데이토즈의 지분 인수를 발표해 이정웅 대표를 비롯한 선데이토즈 창업자들의 엑시트 여부가 관심을 받았다.

스타트업의 최대 목표는 결국 엑시트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엑시트할 수 있다. ‘성공=엑시트’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2 표절 시비 홍역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5개월 만에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먹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최근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선데이토즈 사례를 “당연한 것 아니냐”며 무엇이 문제인지 되물었다. 되레 선데이토즈 창업자들이 엑시트를 하면 세계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북미 개발사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성공한 스타트업에 대한 무의식적인 질투심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가 창업 15년 만에 엑시트한 과정과 선데이토즈가 불과 6년 만에 이룬 결과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게임 업계에는 엑시트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최근 개발사 카본아이드로 복귀한 이은상 대표와 주요 구성원들은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엑시트한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직원 5명을 뽑는데 600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이 엑시트를 해야 또 다른 벤처를 설립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가 만든 회사에 애정이 없는 창업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가 많아져야 더 많은 벤처인이 꿈을 갖고 도전하지 않을까요?”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