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수년간 이어온 업계 과제이자 화두다. 일부 SW 기업을 제외하고 매출 100억원 한계를 넘지 못하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공략해 산업 발전을 이끌자는 취지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종료된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WBS)’ 사업을 보완해 올해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GCS)’ 사업으로 확대했다.
국산 SW를 타지에서 꽃피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과 예산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다방면으로 글로벌 진출 지원을 받지만 해외 시장 공략은 왜 이렇게 힘들까’ 여전히 SW 기업 영업 임직원들은 낯선 외국에서 고객사를 찾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영업을 하고 있다.
SW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초기 단계에만 집중된 지원 사업이 손꼽힌다. R&D와 창업 지원은 활발하지만 상대적으로 해외 네트워크 구축과 마케팅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는 한 SW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해외 공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파트너(유통사)를 찾는 일”이라며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알릴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해외 판로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도 SW 기업의 어려움을 더한다. 중국을 예로 들면, 국내 기업이 제품 설명회에서 SW 패키지를 소개하면 다음날 바로 같은 기능과 같은 이름의 SW가 옆자리에서 시연될 정도로 지식재산(IP)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한다. 사전에 IP, 마케팅 방법, 현지 문화 등을 컨설팅 받고 싶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막연하다.
해외 시장에서 ‘먹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나갈 문이 닫힌 채로 안에서 몸집만 불린다고 ‘글로벌 진출’을 달성할 수 있을까. SW 기업에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