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표류하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의 하나로 ‘일사불란하고 견고한 공조체제를 위한 재난망 구축사업의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조사) 결과와 사업 방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난망 기술로 검토해온 와이브로와 테트라는 이미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KDI는 예타 조사 마무리 단계인 분석적계층화법(AHP) 평가를 위해 교수 등 평가위원을 선정한 상태다. AHP 분석 점수가 0.5 이상 나오면 경제성이 낮더라도 정책성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재난망 사업의 조속한 결론’을 약속하자 무선통신 업계는 내년 사업 추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국가안전처가 연말이나 내년 초 출범할 전망이기 때문에 재난망 예산 신청은 현재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가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행정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추진단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무선통신 업계는 향후 예상 시나오리를 몇 가지로 예측했다. 우선 예타 결과가 지금까지와 달리 ‘경제성 있음’으로 나오는 때다. 이때 와이브로와 테트라 중에서 기술이 선정된다. 경제성이 없어도 AHP 분석으로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 와이브로와 테트라 활용, 롱텀에벌루션(LTE) 등 상용망이나 기존망 재활용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무선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6월 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예타 결과는 경제성 있음과 없음에 따라 여러 방식 중에서 추진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10여년을 끌어온 사업을 마침내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한 후에야 재난망 사업이 추진된다. 전자신문이 지난 2011년 재난망 예타 조사가 재개된 이후 잇따라 제기한 재난망 구축 필요성이 뒤늦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전자신문은 지난해 초 와이브로와 테트라를 중심으로 예타 조사가 시작된 이후 기술적 측면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이슈를 제기했다.
올해 들어서는 세월호 참사 이전 부쩍 많은 재난망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연초에는 ‘예타 조사 담당 기관이 와이브로 구축에 필요한 기지국을 실제보다 여덟 배나 많게 계산해 예산 산출을 잘못 했다’(2014년 1월 9일자)고 지적했다. 안전행정부와 KDI가 의견 차이를 보이며 예산이 갑절 넘게 차이를 보인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무엇보다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고 책임자가 계속 바뀌면서 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내몰린 현실을 비판했다. 안행부를 비롯한 담당 기관에서는 재난망 사업 추진에 의지를 찾아볼 수 없고 책임질 사람도 없다는 현실(2014년 3월 17일자)을 꼬집었다.
결국 12년 동안 표류하던 사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추진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세월호 참사 직후 재난망 부재로 골든타임에 재난당국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전자신문의 첫 지적(2014년 4월 21일자)이 보도된 이후 다른 매체가 잇따라 후속 보도한 결과였다.
하지만 수백명이 희생되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만시지탄’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시는 국민 안전이 경제성 논리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담당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재난망 구축 사업은 의지력과 책임감, 전문성을 모두 갖춘 조직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