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PC 사업이 2분기 들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협력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들은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확 키워 놓은 상황이다. 갑자기 물량이 뚝 끊기면 충격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갤럭시S5 출시 효과로 최근 물량이 늘긴 했지만, 이 달 들어 큰폭으로 다시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5 1000만대 판매 기간이 25일에 불과했다고 자랑하는 것과 달리 협력사들이 보는 수혜는 반짝 효과에 그친 셈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PC 수요를 참조해 상당수 협력사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늘렸다”며 “IT부품 업체들의 유형자산이 크게 늘고 부채 비율이 나빠진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구매 정책을 바꾸면서 협력사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갤럭시S3 출시 때 카메라모듈 등 소재부품 공급 부족 사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주요 협력사들이 생산능력을 늘리도록 주문했다. 삼성전자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협력사는 불이익을 받았다. 통제가 안되는 부문은 중국 협력사를 1차 벤더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대다수 협력사들은 삼성전자를 믿고 빚을 내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협력사 생산능력을 너무 키워 공급과잉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일부 협력사들은 무리한 설비투자로 이자 부담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재고 부담도 오로지 협력사들의 몫이다.
삼성전자 핵심 협력업체 사장은 “삼성전자가 실제 수요보다 협력사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키워 놨다”며 “소재부품 공급 과잉 상황에다 갤럭시S4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협력사들의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갤럭시S4 초도 생산 물량은 1000만대에 육박했지만, 다음 달부터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고가는 점차 낮아지고 있고, 협력사에 대한 판가인하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도 강도 높은 판가 인하 압력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둔화에 따른 고통 분담이 명분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경영 방침을 보면, 상생이나 국익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며 “단기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사를 망가뜨리고 핵심 기술을 해외로 내보내면 결국 삼성전자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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