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전면에 내세운 소니 TV의 일탈 통했다…디자인 트렌드 주목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 소니의 4K UHD TV가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얇은 베젤(테두리) 경쟁으로 외부 스피커가 사라지던 추세를 거스르며 ‘풍부한 음향’에 목말라했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사운드바·홈시어터로 풍부한 음향을 보충하던 국내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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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지난해 6월 출시한 4K UHD TV X9200 65인치 모델

19일 업계에 따르면 스피커를 전면에 배치한 소니 TV X9200A 시리즈가 30만엔 이상의 고가에도 일본 시장에서 호조다. 일본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재팬과 라쿠텐에서 30만엔 대 모델 중 인기도 1위를 차지했다.

고가 프리미엄 모델인 X9200A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음향’이다. 스피커를 TV 후면이나 하단으로 배치하던 얇은 베젤을 포기하고 과감히 우퍼형 스피커를 내보이며 기존 TV의 3배에 달하는 65W 음향을 구현했다. 스피커에는 ‘액체 자석’이라 불리는 자성유체를 TV 최초로 적용해 음성 전달 과정에서의 스피커 마모로 인한 음질 손상도 최소화했다.

소니의 선택은 적중했다. 전·후면 스피커 조화를 이루며 TV만으로도 5.1채널 음향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별도로 사운드바·홈시어터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워했던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방송사 음향기술 관계자는 “TV에서 영상은 눈에 띄게 발전했으나 음향은 디자인에 밀려 소외된 점이 있었다”며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므로 앞에서 직접 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TV 업계도 소니의 ‘일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TV 제조사들이 디자인과 화면 몰입감 강화를 위해 숨기던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도 음향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얇은 베젤을 유지하면서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X9200A는 스피커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소비자에게 ‘고음질’ 이미지를 인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운드바 제품이 없는 중소 제조사들이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UHD TV의 베젤 틈과 하단의 스피커로 70W 대 음향을 구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눈에 띄지 않는 스피커다.

소니는 오는 24일 일본에서 후속작 X9200B 판매에 들어간다. 가격은 55인치 50만엔, 65인치 70만엔 대에 책정됐다. HEVC 코덱과 HDMI 2.0을 지원해 6월 시작되는 UHD 시험방송에도 대비했다. 하지만 국내 출시는 어려울 전망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미출시 모델에 대한 국내 보증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별도로 구입하더라도 국내에서 사후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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