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공룡 미디어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캠캐스트와 타임워너 간 합병 추진에 이어, AT&T의 디렉TV 인수가격이 가닥을 보이면서다.
13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AT&T가 피인수 프리미엄을 포함, 주당 100달러 선에서 디렉TV를 합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디렉TV의 현 경영진이 잔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마이크 화이트 디렉TV CEO는 내년에 은퇴한다. 양사는 2주내 최종 합의안을 내놓는다.
AT&T는 이번 인수로 초고속인터넷과 유·무선 통신부문에 위성TV 서비스까지 얹을 수 있게 됐다. 보다 다양한 ‘통방 결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렉TV 역시 갈수록 매력이 떨어지는 유료TV 시장에서 통신과의 결합 외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레콘 애널리틱스의 애널리스트 로저 엔트너는 “AT&T는 일반 전화사업과 함께 무선통신과 가정용 보안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 데 이어, 방송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당 100달러로 계산 시, 디렉TV의 인수액은 총 500억 달러(약 51조원)다. 이는 지난 4월 30일 처음으로 제시됐던 인수가액 보다 29% 증가한 액수다. 인수가액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현지 시각), 나스닥 시장에서 디렉TV의 장마감후 거래 주가는 5.9% 상승, 92.3달러까지 올랐다.
최종 합병까지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것은 연방 정부의 승인 여부다. 10년전 디렉TV와 디쉬네트워크 간 합병이 시장 독과점 등의 문제로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DOJ) 등 규제 당국의 심의가 한창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간 합병이 승인될 경우, 디렉TV와 AT&T의 합병건 역시 자동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이 밖에 양사 모두 최근 남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온 점은, 합병후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 잠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디렉TV는 현재 약 203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AT&T의 TV사업부인 ‘U-VERSE’의 고객이 더해지면 총 가입자 수는 2580만명에 육박한다. 컴캐스트에 타임워너 가입자 수를 합친다면 3300만명의 가입자수를 기록한다.
디렉TV·AT&T와 컴캐스트·타임워너 진영간 시청 가입자수 비교(단위: 백만)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