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사업자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미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일본 KDDI와 대만 타이완모바일(TWM) 고객에 미국내 자사 와이파이존 접속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고 1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컴캐스트는 이들 이통사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다. 대신 해당 이통사의 고객들은 미국 여행시 데이터 로밍요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
컴캐스트가 받는 정확한 금액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통상 와이파이 데이터 요금은 무선통신료 대비 훨씬 싸기 때문 큰 액수는 아닐 것이라는 게 현지 분석이다.
TWM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컴캐스트 와이파이 접속료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인하, 분당 2타이완달러(약 67원)만 부과하는 프로모션을 내달 말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꾸준히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늘려온 컴캐스트는 미국내 최대 30개 도시에 올 연말까지 800만개 핫스팟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타임워너케이블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여기에 타임워너의 3만4000여 핫스팟이 더해지게 된다.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조나단 채플린 애널리스트는 “컴캐스트는 전문 이통사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무선 통화와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신규 이통사업자는 물론이고, 버라이즌이나 AT&T 등 기존 이통사에게도 모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톰 내이겔 컴캐스트 수석 부사장(무선사업부 총괄)은 “우리는 와이파이와 무선통신망을 상보적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이나 방식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이폰 출현 이후 무선인터넷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내 유료TV 및 전화사업자들은 무선인터넷 관련 신규 비즈니스 찾기에 한창이다. 위성TV사업자인 디쉬네트워크는 무선통신사업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디렉TV가 AT&T와의 합병을 추진중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내이겔 컴캐스트 부사장은 “기존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케이블사업자의 와이파이가 잠재적 경쟁자로 보일지 모르나, 양 사업자간 공조를 통해 고객들이 이들 네트워크를 모두 이용한다면 상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프린트 고객이 때에 따라서는 컴캐스트의 와이파이 망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블 사업자 역시 백지 상태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을 쓰기 보다는 기존 이통사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게 경제적이다.
케이블 사업자의 장점중 하나는 이른바 ‘백홀(backhaul)’이라 불리는 지하 광통신망이다. 데이터 트래픽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이통사에 이를 대여해주면 서로 이득이다.
케이블 사업자가 이통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으로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방식이 꼽힌다. 뉴스트리트 리서치는 버라이즌·스프린트와 MVNO 협정 맺어 놓고 있는 컴캐스트가 타임워너 인수 후 이통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5년내 시장점유율을 6%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