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금융 계열사의 대규모 지분 교환을 단행한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금융사업의 시너지 강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온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이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등에서 삼성선물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100%로 높이기로 했다. 여러 곳에서 나눠 가진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의 지분을 각각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에 몰아줘 지분구조를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자산운용 지분은 5.48%다. 이를 100%로 늘리는 지분 매입은 오는 3분기 중 이뤄진다. 취득단가는 주당 2만2369원, 총 395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121만9000여주, 65.25%), 삼성중공업(72만5000주, 3.88%), 삼성화재(22만1000여주, 1.18%) 등의 삼성자산운용 지분도 모두 매입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43만8000여주, 7.70%)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95만8000주, 5.13%),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47만9000여주, 2.57%) 등의 삼성자산운용 지분도 매입 대상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외투자 역량과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경험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세계적 자산운용사로의 성장을 추진한다”며 “생명보험사가 자산운용사를 보유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현재 51%인 삼성선물 지분율을 100%로 높인다. 삼성생명(102만5000주, 41%), 삼성화재(10만주), 삼성생명공익재단(5만주)이 보유한 삼성선물 지분을 오는 14일 사들인다. 주당 6만9829원에 매입하며 총 취득금액은 820억원 규모다.
삼성은 계열사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단순화한다는 의미 외에 지배구조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계열사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앞으로도 여러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기업분석 업체 대표는 “삼성 금융계열사 재편은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간 복잡한 지분구조를 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회사 전환이나 삼성에버랜드의 그룹 지주회사 전환 등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