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환경은 대표적인 사회간접 자본이자 유틸리티 산업이다. 그만큼 후방산업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에너지·환경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강소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관련 산업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프라 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인정받고 있는 ‘히든 챔피언’을 만나본다.
폐기물 전처리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언급되는 곳, 중동 에너지 환경 박람회에서 인기 기업으로 빠지지 않는 곳,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 먼저 진출한 곳. 폐기물 처리와 자원화 기업 ‘포스벨’을 설명할 때 인용하는 말이다.
포스벨은 폐기물 매립지 컨설팅과 복원에서 폐기물 선별 처리, 자동 선별기 제조, 시설 운영, 에너지화까지 자원 순환 전반에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다. 환경부의 연구개발 사업 지원으로 폐기물 고효율 선별시스템과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스템, 순환형 매립지 정비시스템 등 국산 토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경덕 포스벨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매번 공사 때마다 건설용지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를 고심하던 끝에 폐기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건설업 비중이 컸지만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환경에 관심이 커지면서 지금은 폐기물 처리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포스벨은 전형적인 수출 주도형 기업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부터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해외에서 성적을 낼 수 있게 된 데에는 독특한 영업 전략이 한몫을 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개발도상국을 초기 해외사업 타깃으로 잡는 것과 달리 폐기물 처리 선도 국가격인 일본을 우선 공략했다. 2006년 아오모리현 매립쓰레기 처리 시범사업이 해외에서 거둔 첫 성과였다. 포스벨은 같은 해 일본 도덴츠에 매립폐기물 선별시스템을 수출했다. 선별기 한대 가격이 20억원을 넘는 고가이어서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는 개도국보다는 구매력 있는 선진국을 먼저 공략했다.
일본 진출은 신뢰로 이어졌다. 2009년에는 브라질 시장을 개척하면서 개도국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2012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재해폐기물 선별 사업에 집중했다. 일본 이와테현·미야기현 등에 쓰나미 폐기물 선별 시스템을 공급했고 지금은 후쿠시마 방사능 폐기물 자동처리 시스템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나 회장은 올해를 해외 시장 확대 원년으로 보고 있다.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며 동남아시아, 남미, 중동의 신흥시장 개척을 노리는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개척 대상 국가는 중국, 필리핀, 카타르, 쿠웨이트, 독일 등이다. 이중 필리핀과 카타르는 수출 계약이 상당 부문 진척되었다. 올초 카타르에서 열렸던 에너지 환경 박람회에서는 가장 많은 바이어를 끌어 모았다.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화했다. 고가 설비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임대서비스를 시작했고 설비 운영 기술 교육 사업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아파트단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폐기물 선별기 사업도 추진 중이다.
나 회장은 폐기물 산업이 모든 국가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동이 도시화하면서 인근 매립지 복원에 골치를 썩고 있는 것처럼 많은 개도국이 폐기물 자동 선별 시장을 주목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들 시장에 대한 포스벨 공략법은 기술 신뢰도다. 나 회장은 “많은 폐기물 선별 기업이 95%의 선별율을 언급하지만 저가 경쟁으로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며 “기술 신뢰도를 통해 제값을 받고 더 좋은 기술을 고객한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벨 주요 실적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