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기술대국 일본의 특허출원 건수가 중국 대비 한참 밀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특허청이 자국내 특허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중·일과 미국, 유럽 등 5개국의 지난해 특허출원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일본의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32만건(잠정)으로 3위였다. 반면, 중국은 26% 증가한 82만건으로 일본의 2.5 배에 달해 그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의 출원 건수는 지난 2005년 42만건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06년에는 미국에, 2010년에는 중국에 각각 밀리면서 3위로 내려 앉았다. 일본의 출원 건수는 지난 5년간 16%나 줄었다.
특허 출원 건수는 ‘시장’으로서 갖는 해당국의 매력을 비추는 거울이다. 출원 건수의 감소는 일본의 인구 침체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특허를 출원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같은 출원 건수의 지속 감소는 기술 혁신의 지연과 경제 성장 저하, 연구 개발비의 삭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단초다.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특허 출원이 활발한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등 4개국 특허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해 스위스, 터키 등 총 38개국의 특허를 관장하는 유럽 특허청 등 총 5개 특허청의 통계를 바탕으로 일본 특허청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출원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등세다. 지난해 이들 5대 특허청의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207만건을 기록, 사상 첫 200만건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출원 건수 증가세가 매섭다. 지난 5년간 2.8배나 늘었다. 2011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중국 기업의 지적 재산에 대한 관심이 높고, 중국 정부도 심사 체제의 강화 등으로 기업에 특허를 독려해서다.
이에 따라 일본 특허청은 자국내 특허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키로 했다. 오는 2023년까지 출원부터 특허권 발부에 걸리는 기간을 1년 2개월 이내로 줄인다. 지금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
특허의 유효 기간은 출원으로부터 20년.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면 그만큼 권리 행사 기간이 짧아 진다. 일본은 출원 후 평균 2년 5개월의 심사 시간이 소요돼, 권리 사용연수가 평균 17년 7개월에 불과하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은 심사에 1년 10개월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일선 기업이 일본에서 연구 개발해 특허를 얻는 잇점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일본 특허청이 특단의 목표를 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