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사업이 연이어 발주돼 IT서비스기업의 격전지였던 금융 정보화 시장이 올해 최악의 침체기를 맞았다. 예정됐던 대형 프로젝트 발주마저 경영상 이유로 미뤄져 IT서비스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IT서비스기업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6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주가 확실한 사업은 국민은행 스마트 사이징 사업과 외환·하나SK카드 통합, AIG 차세대 프로젝트가 전부다. 반면에 초대형 사업인 외환은행 IT 업그레이드, 농협 상호금융 분리, 산업은행 차세대 등 사업은 보류됐거나 미뤄진 상태다.
◇극소수 사업만 발주…대형사업 추진 보류
올해 금융정보화 시장은 한두 개 대형 사업 외에는 이렇다할 사업이 없다.
관심이 높은 사업은 기존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국민은행의 ‘스마트 사이징’이다. 하드웨어(HW)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30여종의 하위 SW 등을 포함 전체 사업규모는 2000억원에 이른다. IT서비스기업의 몫인 시스템통합(SI) 영역은 600억~700억원으로 추산된다. 400억원 규모의 AIG손해보험 차세대 프로젝트가 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고 600억원으로 추산되는 외환·하나SK카드 IT통합 사업은 5월 말 발주된다.
반면에 1000억원 규모로 관심을 모았던 외환은행 IT업그레이드 사업은 하나은행 정보시스템과의 통합을 고려, 최근 추진이 보류됐다. 올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 농협 상호금융 분리 사업과 산업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도 내년 추진된다. 각 2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증권업계 중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안한 하나대투증권도 검토만 할 뿐 사업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 정보화 사업이 발주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 금융회사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잇단 정보유출 사고로 정보보호 강화 사업이 투자 일순위로 여겨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스템 현대화나 업무시스템 구축 사업은 후순위로 밀렸다. 금융회사의 급변하는 경영환경도 IT투자를 보류시켰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우리은행은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 대부분 IT투자를 보류했다.
◇IT서비스기업, 침체된 시장 해법 찾기 나서
금융정보화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관련 IT서비스기업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삼성SDS가 빠진 금융정보화 시장을 LG CNS와 SK C&C가 양분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발주된 사업이 없어 이렇다할 성과를 못 냈다. 양사 모두 국민은행 스마트 사이징 사업과 외환·하나SK카드 통합, AIG 차세대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정보화 시장을 공략한 한화S&C·동부CNI·롯데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 등도 비슷하다. 한화S&C를 비롯해 동부CNI,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계열금융사 정보화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 사업에 적극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대우정보시스템도 저축은행과 캐피탈 차세대 시장을 적극 공략하지만 발주 사업이 없어 준비만 하는 실정이다.
IT서비스기업은 침체된 시장을 극복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대신 내년 이후에는 금융정보화 시장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SK C&C와 LG CNS는 이미 산업은행 차세대, 농협 상호금융 분리 등 내년 발주될 대형 사업 수주 준비에 착수했고 대우정보시스템과 한화S&C는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로 역량을 높였다.
올해 주요 금융정보화 사업 발주 현황
자료:각사·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