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결국 버라이즌에도 돈 낸다...`확인사살된 망 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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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기업 넷플릭스가 통신사 버라이즌에 ‘통행료’를 낸다.

사용자에게 더 빠른 영상 콘텐츠 접속을 보장하고자 사실상 망 중립성 원칙을 포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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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AP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버라이즌에 직접 네트워크 접속 대가를 지불하는 ‘유료 피어링 계약(paid-peering arrangements)’을 체결했다.

피어링 계약이란 대량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 네트워크 부하 대가를 지급한다는 합의다. 버라이즌이 자사 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더 빠른 TV·영화 프로그램 접속을 약속한 것이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다른 콘텐츠 서비스 가입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터넷 기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요리스 에버스 넷플릭스 대변인은 “몇 달 안에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지난 2월 ISP 컴캐스트와 같은 계약을 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컴캐스트와의 계약은 ‘모든 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의 붕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스트리밍 속도는 크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컴캐스트와의 계약 덕에 지난 3월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평균 속도가 1월 대비 66% 뛰어올라 초당 2.5메가비트(Mb)에 달했다. 버라이즌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평균 속도는 초당 1.91Mb란 점에서 큰 폭의 향상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월 8달러를 내는 가입자 3600만명을 보유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다. 이 중 900만명가량은 버라이즌에 고속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는 가정·기업 사용자다. 앞서 넷플릭스는 두 달 내 요금을 1~2달러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스해설]

◇무너진 ‘망 중립성’의 고향, 미국의 노선 변화…파장 얼마나

버라이즌은 망 중립성 반대 입장의 중심에 있던 통신사다. 버라이즌의 승리로 망 중립성은 확인 사살됐다. 세계 망 중립성의 고향 미국에서다.

2008년 부임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넷의 평등과 자유를 강조하며 지원하던 열린 인터넷 사상의 핵심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덩치가 큰 넷플릭스는 비싼 통행료를 내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 내야 한다는 ISP 업자의 주장을 넷플릭스는 3개월 만에 또 한 번 수용했다. 망 중립성을 붕괴시키려고 법정에까지 섰던 버라이즌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뚜렷한 미국의 노선 변화가 한국과 세계에 미칠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 망 중립성의 정신적 수호자 역할을 해온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태도 변화가 예고된다.

지난주 FCC는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빠른 회선을 제공할 때 상업적으로 합리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망 중립성 규칙 개정안 초안을 내놨다. 그간 통신사 반대편에 서 있던 FCC가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카카오의 카카오톡,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가 망 사용료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아직 망 중립성 정책의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국 정부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받은 요금으로 추가 설비투자를 해 망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통신사 진영의 주장은 더 힘을 얻게 됐다.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넷플릭스로서는 분명히 이점이 있다. 많은 외신이 겉으로는 반대하지만 뒤로 계약을 한 넷플릭스의 이중성을 탓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구글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탄생시킨 엔진으로서의 망 중립성이 사라진 이후의 생태계다. 여전히 소비자 단체 반발은 거세다.

타임에 따르면 정보의 공정한 이용을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 퍼블릭놀리지의 클라리사 라몬은 “소비자, 예술가, 운동가와 창업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미 인터넷 속도는 충분한데 돈을 내고 협상을 하는 기업과 그렇게 할 처지가 안 되는 기업의 인터넷 회선 속도 차이가 크게 벌어져야 할 당위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표. 최근 망 중립성 관련 주요 현안 일지

-2010년 12월 美 FCC, 망 중립성 옹호 초안 발표

-2013년 9월 美 통신사 버라이즌, ‘콘텐츠 사업자, ISP에 과금해야’ 요구. 이를 막는 FCC와 법정 소송

-2014년 1월 美 연방항소법원, ‘FCC의 권한이 지나치다’며 버라이즌 손을 들어 줌→세계적 망 중립성 논란 촉발.

-2014년 2월 넷플릭스, 컴캐스트와 빠른 인터넷 회선 협약

-2014년 4월 FCC, 망 중립성 개정안 초안 발표

-2014년 4월 넷플릭스, 버라이즌과 빠른 인터넷 회선 협약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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