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이 최후변론만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재판절차 위반 지적을 받았다. 소송 결과를 좌우할 ‘647 특허’에 대해 삼성 측이 기술적 해석 범위를 축소하는 요지의 발언을 했으나 기존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647특허의 승기를 애플이 잡게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9일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삼성 측 전문가 증인이었던 케빈 제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진술을 중단시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제피 교수가 재판 전 법원에 제출한 감정 보고서와 상이한 내용을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 측의 소송절차 위반이 된다.
제피 교수의 발언은 애플의 미국 특허 제 5, 946, 647호(이하 647특허)에 관한 내용이다. 647특허는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5개의 특허 중 하나다. 삼성에 요구한 배상금액에서 7억달러(약 7200억원)를 삭감할 수 있는 핵심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애플이 삼성에 소송을 걸면서 요구한 대당 40달러의 손해배상액 중 12.49달러가 647특허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 1996년 2월 애플이 취득한 이 특허는 ‘컴퓨터 생성 데이터의 구조에 관해 액션을 취하는 시스템과 방법’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으며 ‘데이터 태핑 특허’로도 불린다.
화면에 링크를 표시하고 클릭이나 ‘태핑(두드리기)’으로 다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부 아이콘을 클릭하면 주소록 목록이 뜨고, 특정 전화번호를 두드리면 전화가 걸리게 만든다.
문제가 된 제피 교수의 발언은 647특허의 해석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재작년 ‘애플 대 모토로라’ 사건 1심에서 일리노이북부 연방지방법원 리처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판단 근거로 삼고 있었으나 이번 소송에서 새너제이지원 재판부가 이를 언급하지 못하게 했다고 발언했다.
2012년 포스너 판사는 647 특허의 ‘애널라이저 서버’와 ‘감지된 구조들에 액션을 링크함’이라는 두 표현에 대해 기술적인 범위를 축소하는 해석을 내렸다. 이번 애플-삼성 2차 소송에서는 판사의 해석 없이 양측의 주장이 대치하는 상황이다.
제피 교수의 발언에 고 판사는 책상을 치며 격분, “보고서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며 “없는 부분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 측 변호인들이 제피 교수를 부추긴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추궁한 후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면 추가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재판장 직권으로 제피 교수가 그 때까지 발언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후 그를 다시 증언대에 세웠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증인신문을 마무리했으며 오후에 양측 변호인과 향후 절차를 논의하고 배심원에게 지시 사항을 읽어주는 절차를 진행한다. 한국 시간으로 30일 양측은 주어진 2시간 동안 최후 변론을 하게 되며 이달 또는 내달 초 평결을 내릴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