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분야 대기업이 콘텐츠 산업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 드라마와 방송, 음악 등 한류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확보해 시장 지배력 확대와 콘텐츠 수급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T, SK, LG, CJ 등 대기업이 자회사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통신과 방송을 축으로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 투자를 단행한다.
CJ는 대기업 중 콘텐츠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CJ E&M이 게임, 방송, 영화, 음악공연 등 콘텐츠 전반에 투자한다. 이밖에 CJ CGV를 통한 극장 사업투자를 진행 중이다. CJ E&M은 18개 케이블 방송 채널을 중심으로 드라마와 예능 제작, 영화와 애니메이션 투자에 나서 지난해 매출 1조7160억원을 거뒀다. 모두 콘텐츠 투자를 통해 거둬들인 수입이다.
KT는 자회사에서 콘텐츠 투자에 활발하다. IHQ가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IHQ는 기존 영화산업 외에도 드라마에 투자를 집중한다.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의 44%인 165억원을 드라마에서 거뒀다. 가수 발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이 38.5%로 뒤를 이었다.
IPTV 콘텐츠 회사인 KT미디어허브를 통한 콘텐츠 투자도 성과를 거뒀다. KT미디어허브는 최근 웹툰에 관심을 쏟고 영화 투자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더 파이브’를 개봉했고 웹툰을 동영상처럼 볼 수 있는 무빙툰을 서비스 중이다.
SK는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애니메이션 유아콘텐츠에서 투자가 두드러진다.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 ‘놀이터 구조대 뽀잉’ ‘세븐 씨’까지 유명 TV용 애니메이션이 SK브로드밴드 투자를 거쳤다. 최근에는 ‘더웹툰 예고살인’ ‘고령화 가족’ ‘설국열차’ ‘공범’ 등 영화에도 뭉칫돈을 썼다. LG유플러스도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거쳐 게임, 영화 등에 투자한다.
대기업 투자가 늘면서 콘텐츠 산업 매출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상장기업 매출은 11조2136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10조623억원 대비 11.44% 증가했다. 대기업의 콘텐츠투자 참여는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콘텐츠업계 한 전문가는 “대기업들이 콘텐츠 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된 마케팅과 판매 전략으로 콘텐츠 산업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작이 중요한 콘텐츠산업 특성상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기 위해선 저작권 소유 등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콘텐츠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시장 선진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지나친 수익위주 투자와 저작권 소유를 둘러싼 경쟁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