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일반인처럼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냉장고의 문이나 내부, 특정 용도 칸 등의 열고 닫는 위치나 크기, 높이, 힘, 인지방법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 또 가전제품 작동에 필요한 계기판 등 입력방식도 장애인이 사용하기 쉽도록 접근성 표준을 만들고, 디지털 정보표시방법, 경고음, 비정상 작동 대처방안·안내, 사용설명서 등의 접근성 표준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각계와 공동으로 구성한 가전접근성 표준기술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전제품의 개폐장치 접근성 국가 표준(안)’을 잠정 확정했다.
장애인 접근성은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일반인과 동등하게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이다. 이번 표준은 수납·투입·보관·반출 등 제품 고유의 용도와 관련된 개폐장치가 장착된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된다.
이번 국가 표준안에 따라 장애인·고령자를 위한 가전제품 접근성 국제표준이 오는 9월부터 ‘개폐장치(문)’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정부의 국제표준화 계획이 실현되면 우리 가전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표준안은 냉장고의 경우 냉장실 및 냉동실 문, 냉장실 내부 특정용도 칸의 문을 표준화 대상으로 한다. 세탁기는 세탁물과 세제 투입구, CD플레이어는 CD 투입구, 진공청소기의 집진봉투 투입구 등이 대상이다. 표준화 대상은 개폐장치의 위치·크기·높이·힘·인지방법 등이다. 일반 개폐장치와 손잡이형, 돌출형, 함몰형, 잠금장치나 누름버튼 있는 개폐장치 등으로 나뉘어 표준안이 나온다.
표준기술위원회는 개폐장치에 이어 가전제품 작동을 위한 계기판 등 입력방식 접근성 표준을 설계하게 된다. 이후 디지털 정보표시방법, 경고음, 비정상 작동 대처방안 및 안내, 사용설명서, 사후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제표준 제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0월과 올 3월 제주와 영국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총회에서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으며 공감대도 형성했다. 다음 달 초 ISO에서 ‘새로운 표준 아이템 제안(NP)’ 절차를 밟는다. ISO 회원국 가운데 5개국 이상 찬성하면 승인되며, 10월 총회에서 관련 워킹그룹이 신설된다.
김용주 국가기술표준원 문화서비스표준과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자를 위한 ‘고령친화형’ 표준이 개발되고 있고 최근에는 접근성 표준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 산업계가 주도한 표준이 채택되면 우리 가전업계의 시장 선점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EA에 따르면 IT·가전제품의 접근성 문제로 이용 불편을 겪는 국내 장애인 및 고령자는 2010년 기준 인구의 16.7%인 798만명에 달한다. 보청기·보조기·휠체어 등 장애인·고령자 전용 제품 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한 IT·가전제품 시장규모는 국내만 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표준안은 이달 25일 공개설명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다음 달 국가표준 제정 신청에 들어간다. 국가기술표준원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에 이견이 없다면 정부는 5~7월 예고고시와 8월 안건 상정을 거쳐 9월에 국가표준으로 확정하게 된다.
【표】가전제품 개폐장치 접근성 표준화 주요 일정 및 계획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국가기술표준원(2014년 4월 이후는 예정)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