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과 만나면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주거와 출퇴근 문제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6개월가량 세종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기간 서울·경기 지역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가족과 함께 세종이나 대전으로 아예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 때는 그나마 낫다. 서울만큼 번잡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도 단축돼 만족스럽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맞벌이,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가족과 함께 주거지를 옮긴 공무원은 많지 않다. 이 경우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부득이할 때 세종 숙소에 머무는 게 보통이다. 주중에는 혼자 세종에 머물고 주말에만 상경하는 공무원도 많다.
문제는 중요 정부정책을 만들어 내는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길어진 출퇴근 시간, 제한된 기업 관계자와 접촉 등이 대표적이다. 각종 보고 때문에 서울 출장이 잦은 과장급 이상 공무원은 ‘근거지’가 불분명해 안정적인 업무 처리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 정부부처 과장은 “세종시에 내려온 부처끼리 회의인데도 서울에서 하는 때가 많다”며 “일주일에 평균 두 번은 서울에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심리 불안이다. 가족·연인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움, 거주지 이전과 반복되는 장거리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세종청사 주변 편의·문화 시설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세종청사 공무원 자살 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형식적 상담을 넘어 공무원들의 정신적 힐링이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기 위해 영상회의를 도입하는 등 업무 효율 제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종청사 공무원으로부터 직접 고충을 듣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연말이면 3단계 청사 이전이 완료된다. 완전한 모습을 갖춘 세종청사가 행복청사로 도약할지,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질지는 지금의 노력에 달렸다.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세종청사가 사각지대로 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