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참사와 잔혹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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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해상에서 일어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지난 18일. 전 국민이 생존자 발견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시간만 속수무책으로 흘렀다. 직장인 회식으로 떠들썩한 일상의 불금과 달리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반면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세상은 아비규환이다. 사고 현장 소식을 전달하는 뉴스뿐 아니라 선체 내부에 생존해 있다는 학생의 SNS 메시지가 순식간에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배 안에 갇힌 생존 학생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고 추정되는 글에 피해자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실낱같은 희망을 잡았지만 고등학생의 장난 문자라는 경찰 분석이 나오자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생존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SNS 글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희망고문이었다.

사고를 희화화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세월호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문자의 링크를 누르면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미싱은 생존자를 향한 온 국민의 염원을 비웃는 반인륜 범죄다.

SNS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과 검색 사이트에는 참혹한 재난사태를 고려하지 않은 글들이 올라와 분노를 더하게 만들었다. 자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는 ‘유가족 심정은 이해하지만 눈살 찌푸려진다’ ‘유가족 중에 욕설하고 폭력 행사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어보면 분노뿐이다. 이 사건에 관계없는 사람일 확률이 있다’ 등 자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을 두 번 울리는 글도 눈에 띄었다.

꽃다운 학생을 비롯해 실종 탑승객 전원의 생존과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자녀를 둔 부모로서 유가족의 아픔에 함께 눈물짓는 글이 SNS에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유가족을 더 슬프고 힘들게 만드는, 국민의 염원을 비웃는 악성 SNS 메시지와 무심한 인터넷 글들이 어느 때보다 원망스럽다. 세월호 사고 이후 퍼진 잔혹한 SNS는 국민의 심장을 겨냥한 것 아닌가.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짓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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