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 번역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의 우수성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 콘텐츠의 현지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에서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콘텐츠 전략 세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네이버 웹툰 중 세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들은 해외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기 이전부터 불법적으로 유통됐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번역도 일찌감치 각국에서 이뤄진 셈이다.
최미영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산업진흥팀장은 “공식적인 해외 유통채널을 열기도 전에 불법 다운로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웹툰이 해외 독자의 정서를 충족했기 때문”이라며 “웹툰의 불법유통은 문제가 있지만 이 사례에서 유통경로보다는 그 나라의 정서에 맞는 콘텐츠임을 알 수 있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해외 시장용 웹툰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유럽은 세밀한 그림묘사를 중시하며 웹툰을 미술의 일종으로 본다면, 미국은 판타지 히어로물, 중국은 교육적인 내용이 담긴 웹툰을 선호하는 등 국가별로 선호하는 웹툰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각국 문화코드에 알맞는 웹툰을 전략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가 나서서 영세한 국내 웹툰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스마트폰 오픈마켓으로 국내 웹툰이 해외 시장으로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개인 웹툰 작가가 느끼는 언어와 제도적 장벽은 결코 넘어서기 수월하지는 않다. 관련 부처에서 번역지원 서비스나 신규 창작물이 구글플레이나 iOS에서 저비용으로 유통되도록 지원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웹툰의 현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저작권 침해다. 현재도 불법적인 경로로 국내 웹툰이 해외 시장으로 다량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국가에 주재하는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웹툰의 불법 유통을 감시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한국 웹툰의 수출과 현지화가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 기반 위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는 콘텐츠 불법 유통 감시단을 확충하고 불법 콘텐츠 유통을 차단하면서도 현지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