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무인 항공기

하늘색 무인항공기 때문에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31일, 각각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 항공기가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삼척에서 추락한 하늘색 무인기까지 뒤늦게 발견됐다. 발견된 무인기들이 과거 북한이 공개했던 무인기와 유사해 북한이 국내 핵심시설 정찰을 위해 무인 항공기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가중됐다.

◇국방부 “파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 항공기는 정황상 북한 소행”

국방부는 중간조사 결과 추락한 무인기들이 북한 소행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추락 무인항공기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최근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3대를 분석한 결과 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문감식 의뢰결과, 파주·백령도 소형 무인기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각각 6점 발견됐다. 국방부는 소형 무인기 이동·촬영경로가 군사시설 밀집 지역 상공에서 이뤄진 점, 무인기 색깔이 2012년 북한의 태양절 당시 공개한 무인기와 유사한 점, 무인기 부품들에 적힌 시리얼 번호 등을 고의로 지운 흔적 등을 토대로 해당 무인기들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국방부는 보다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적 조사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수년 전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재무 항우연 박사는 “2008년 경북 울진에서 독도까지 450여㎞를 왕복 운항한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이 만든 무인기와 파주, 백령도 등지에서 발견된 무인기 수준이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충남대가 만든 무인기는 날개 길이 2.9m, 중량 11kg에 48cc의 엔진, 항법 센서, 카메라 등을 갖췄다. 최근 발견된 무인기와 무게 등이 비슷하다.

◇국내 무인 항공기 수준은?

항공우주연구원은 국내 무인항공기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 나간다고 밝혔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2009년 ‘무인기 시장 트렌드와 전망’에서 한국이 무인기 기술보유국 1군(Tier 1)에 속한다고 밝혔다. 무인기 기술 수준은 최상의 기술 구현 능력과 신속한 신기술 적용 가능 수준에 따라 나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군수용 무인항공기를 개발해왔다. 항우연은 2002년부터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들어가 세계 2번째로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했다. 틸트로터는 헬리콥터처럼 떠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틸트로터 무인기를 실용화할 예정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틸트로터 무인기는 헬리콥터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기 때문에 활주로가 필요없으며, 시속 250km에서 비행기로 변신해 속도를 높인다. 이러한 기능은 헬리콥터에 비해 두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상에서 200km가 떨어진 곳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촬영할 수 있다. 김재무 항우연 박사는 “미국은 틸트로터 무인기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으나 2006년 실패한 뒤 사업을 접었지만 우리는 개발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 빠르게 성장

세계 무인기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0%다. 항공 전체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4%임을 감안할 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무인기 시장이 군수 위주였지만 점차 민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기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무인기는 국방 외에도 농업, 지도제작, 통신중계, 재해관리, 과학기술 등에 쓰인다.

무인기는 인공위성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무인기는 위성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위성을 대신하는 무인기 개발 연구가 한창이다. 초 장기체공 무인기는 길게는 수년간 성층권에서 체류할 수 있다. 안정된 기류인 성층권까지 올라가기 위해 제트기류를 통과해야 되는 어려움만 해결되면 위성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

사람이 타지만 알아서 비행하는 똑똑한 차세대 미래형 개인항공기(PAV) 연구도 한창이다. PAV는 차가 막히면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겸 비행기다. 이미 미국에서는 팔리고 있다. 테라퓨지아(Terrafugia)사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트랜지션(Transition)을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 면허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단 트랜지션은 활주로가 필요하다.

미국은 활주로 없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 개발을 위해 10년 간 연구할 계획이다. 김재무 박사는 “우리나라는 이미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들어가면 5년이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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